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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펜싱 심재성 "신아람, 고맙고 대견했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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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펜싱 심재성 "신아람, 고맙고 대견했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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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2012 런던올림픽의 화두는 펜싱 대표팀이었다. 한국은 총 6개의 메달(금2, 은1, 동3)을 수확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남자 플뢰레 김영호의 금메달, 에페 이상기의 동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플뢰레 남현희의 은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 독창적인 한국형 펜싱 기술을 앞세워 세계 최강 이탈리아(금3, 은2, 동2)에 버금가는 쾌거를 이뤘다.

화려한 업적만큼 이야기도 풍성했다. 미숙한 경기운영과 억울한 심판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신아람이 대표적이다.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여자 에페 개인 준결승에서 '멈춰버린 1초' 논란에 휩싸이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밤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 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주최 측을 비난하는 항의와 함께 신아람을 격려하는 응원이 줄을 이었다.
그 사이 화제를 모은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신아람을 가르친 심재성 코치. 유창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심판진에 항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비디오 판독, 장시간의 회의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사상 초유 사태에 머리를 맞댄 심판들은 번복을 선언하지 않았다. 엄청난 후폭풍 탓인지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여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는 심 코치의 말투에는 여전히 힘이 실려 있었다.

다음은 심재성 코치와의 일문일답

올림픽 이후 펜싱에 대한 관심이 상당해졌다. 어떻게 지내나.
워낙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반응이 대단하다. 펜싱 올림픽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여기 저기서 관심이 많다. 신아람 건 때문에 인터뷰도 몇 번 했다. 지금은 일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10월 전국체전과 내년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펜싱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하나.

클럽이 몇 개 안되는데 펜싱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격려 메시지도 많이 받고 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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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대표팀이 역대 최고성적을 거뒀다. 비결이 무엇인가.

여러 곳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역시 기업의 후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가장 주효한 건 훈련량을 늘린 점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이광기 펜싱협회 실무 부회장의 조언이 주효했다. 전에는 하루 5시간 정도 훈련했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 스케줄을 유지했다.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었나.

이번에 관심을 모은 '발 펜싱'을 비롯해 다양한 동작을 연습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체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그간 젊은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기피해 어려움이 있었다. 조금만 열심히 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지만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엔 한계를 극복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선수와 지도자 모두 힘들었지만, 그만큼 값진 보람을 얻었다.

그런 면에서 신아람의 오심 사건이 더더욱 아쉬울 것 같다.

사실 에페는 오심이 나오기 가장 힘든 종목이다. 심판하고 싸울 일도 거의 없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상세한 이유가 듣고 싶다.

플뢰레와 사브르에는 공격 우선권이 있다. 즉 공격자를 피해 도망가는 선수는 반드시 막고 찔러야 한다. 반면 에페는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동시타를 인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하다. 전기 심판기 도입 이전에는 심판 판정이 절대적이었지만 요즘은 기계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만 먼저 찌르면 된다. 비디오 판독도 가능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많이 줄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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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국제대회를 많이 치르면서 대부분의 심판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준결승에 배정된 심판만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의 판정을 굉장히 강조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올림픽과 같은 큰 무대를 맡은 심판이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컨트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코치 모두 예민한 상황인데 게임 운영을 잘못했다.

조금 더 적극적인 항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기가 끝나고 국제펜싱연맹(FIE) 관계자로부터 비슷한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시합을 가면 심판에게 항의할 때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잘못 행동하면 경고가 날아오고 선수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올림픽 같이 큰 무대는 심판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선수는 마스크도 못 벗게 하고 지도자는 항의할 수 없게 규정을 만들어 놓고 책임 탓을 하면 곤란하다고 본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했다고 생각하나.

그 상황에서는 심판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했다. 규정에 따라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제소 절차도 진행했다. 현장에서도 굉장히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판정을 바로잡지 못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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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키퍼(계시원)의 미숙한 경기진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는데.

어린 친구여서 그랬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나이가 어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다만 심판의 구령이 있기 전에 선수가 먼저 뛰어나가고 전기 심판기에 불이 들어오면 시계는 작동하지 않는다. 시계가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사실상 누를 시간이 없는 셈이다.

계측과 관련한 부분도 심판의 재량인가.

타임키퍼가 조작을 잘못했다고 판단할 때는 심판이 조절할 수 있다. 심판의 권한이라는 것도 맞는 내용이다. 그러나 1초가 남은 상황에서 공격이 계속 되는데 여전히 1초가 남았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경기가 끝나고 테크니컬 디렉터(DT)에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규정상의 이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판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FIE 관계자들에게 심판진의 결정인지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가 결승에 먼저 올라간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FIE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사람이었다. 만약의 경우지만 그 사람이 자국 선수의 결승 상대를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의혹을 막기 위해 한국과 독일 관계자도 현장에서 빠졌는데 그 사람은 끝까지 남아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FIE 내부에서도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이번 결정은 상당히 안 좋은 판단이라고 말하는 분위기다.

당시 현장에 있던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3~4위전 출전을 종용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3~4위전은 사실 나갈 생각이 없었다. 무조건 다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FIE는 빨리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어 했다. 박용성 회장이 현장에 와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3~4위전에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도 많이 언급했지만 그 분이 판단하는 상황도 분명 있다고 본다.

경기 전 신아람에게 무슨 말을 했나.

그냥 해보자고 격려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었겠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솔직히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전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웠지만 열심히 해서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고맙고 대견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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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김흥순 기자 sport@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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