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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2주마다 저녁7시 은행全직원들 자동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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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Leaders <11> 신한은행 경희궁 지점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3일 저녁 7시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하루 업무를 마감한 직원들이 하나둘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2주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독서토론'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의 김종철 연구원이 진행하는 '독서토론'이 벌써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모임에는 김관억 지점장부터 막내인 신나래 주임에 이르기까지 지점 내 전 직원이 참석한다.

◆'책탐험'으로 아이스 브레이킹= 독서토론은 '책탐험(북익스플로잉-book exploring)'으로 가볍게 시작한다. 새로 나온 책 중에서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을 추천하는 시간이다. "여름의 맛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김 연구원이 직원들에게 질문을 던지자 '수박, 냉커피, 팥빙수, 바닷물의 짠맛' 등 다양한 대답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윽고 각자 '내 인생에서 가장 맛나게 먹은 음식'에 대해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매년 교회여름수련회에서 먹는 열무비빔밥, 군 입대 후 훈련소에서 먹었던 라면, 유럽배낭여행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먹은 물냉면 등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추억이 담긴 음식 이야기 끝에 나온 책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제목의 음식 에세이다. 김종철 연구원은 "맛을 통해 인간을 알아가는 책"이라고 추천하며 '맛으로 인간은 인간다워졌다'는 책 속의 한 구절을 들려줬다. 그는 이 책과 함께 성석제 소설가의 맛에 대한 추억이 담긴 '칼과 황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일본의 만화책 '심야식당' 등 다섯 권의 책도 함께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본격적인 독서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먼저 책탐험 시간을 가진다"며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책을 매개로 나눌 수 있어서 직원끼리의 소통과 대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직원들이 모여서 '독서토론'모임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직원들이 모여서 '독서토론'모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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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 필요한 책을 부담 없이 읽는다=이번 독서모임에서 읽고 토론할 책은 '화산의 소리를 들어라'(데이비드 허친스 지음). 학습조직론의 어려운 개념들을 재미있는 삽화와 은유적인 이야기를 통해 쉽게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날 조용한 마을 스몰더링 파인스의 거대한 휴화산이 폭발하면서 마을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주민들은 대처 방안을 찾지만 논쟁만 계속될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대립과 갈등만 커지는 상황에서 주인공인 마일로는 새로운 대화법을 터득한다. 이 대화법을 통해 마을사람들은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결국 화산폭발로 인해 위기에 빠진 마을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읽기 쉽다'는 점이다. 그는 "독서토론을 할 때에는 구성원들의 독서수준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바쁜 업무에 치여서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기가 부담스러운 직원들을 위해서 얇고 읽기 쉬운 책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둘째는 '조직에 필요한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한 조직과 공동체 내에서 어떻게 대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조직학습과 조직변화 이론의 전문가인 저자는 가치 창조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여기 나온 의미 있는 대화법을 통해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고, 생산적인 사고, 창조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하는 법 등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다.

화산의 소리를 들어라/데이비드 허친스 지음/바다출판사

화산의 소리를 들어라/데이비드 허친스 지음/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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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라=책에 등장한 주요개념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본 다음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간다. 각각 3~4명씩 조를 짜서 토론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들을 정리해서 발표한다. 토론주제는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어떤 대화인지 생각해보고, 청조적인 결과를 낳는 대화를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팀별로 3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30여분의 조별 토론시간을 거친 뒤 각자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3조의 김재찬 대리는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대화라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요청과 응답수준"이라며 "업무 마감할 때는 정신이 없고, 퇴근하면 집에 가기 바쁜 상황에서 서로를 이해하기란 어렵다"며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2조와 1조에서는 이 같은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2조에서 제시한 아이디어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음식 데이트'였다. 앞서 추억의 맛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눈 다음 제시된 아이디어라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음식 데이트'는 직원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업무적인 이야기 외에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이밖에도 '커피숍에서 회의하기', '직급을 탈피한 호칭 부르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아이디어 발표가 끝나자 김 연구원은 제시된 아이디어를 투표에 부쳤다. 9월에 꼭 해보고 싶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골라서 직접 해보자는 것이다.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음식데이트'가 선정됐다. 김 연구원은 "토론을 위한 토론이 돼버리면 구성원들이 토론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진다"며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작은 아이디어라도 직접 제시해보고, 실제로 적용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장 작은 조직단위인 지점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작지만 구체적인 아이디어 위주로 논의한 것"이라며 "만약 회사의 임원진들이 모인 토론이었다면 더 큰 차원의 아이디어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직원들이 모여서 '독서토론'모임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신한은행 경희궁지점 직원들이 모여서 '독서토론'모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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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태도부터 바뀌어 = 6개월 만에 독서토론의 성과를 논하긴 이르지만 미세한 변화들은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쁜 업무에 치여 책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직원들이 조금씩 책 읽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천회민 차장은 "예전에는 일하기도 바쁜데 독서토론까지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차츰 하다보니까 시간이 남아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짬짬이 시간을 쪼개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 차장은 "업무에 부담은 되지만 토론시간을 통해서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토론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들을 직접 적용해보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신나래 주임은 "독서토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땐 피곤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이 시간이 아니면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서토론을 도입한 김관억 지점장은 "시작단계인 만큼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일방적으로 시작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공감대가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당장 단기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독서토론을 통해 장기적으로 모두가 일 잘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책을 통해 직원들이 다양한 시각을 얻고,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이 생기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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