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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추석 대목은 기대도 안한다" 찢어지는 農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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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음성 현지르포..과수·축산 농민들, 기자보더니 한숨부터 쉬어
사료값 올라 소 한마리에 100만원씩 적자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추석 대목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선물세트 판매 등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과일이나 한우 생산 현장의 분위기는 무겁기만 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던 지난 4일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서 한우 농장을 찾았다.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사료값은 자꾸 오르는데 소값은 작년하고 별차이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뉴스나 신문에서는 작년하고 비슷하다고 하지만 작년 가격이 재작년에 비해 30% 정도 떨어진 값이라서 소키우는 사람들로서는 올해 또 적자를 봐야 하는 꼴"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 위치한 괴산증평축협에서 운영하는 생축장 전경.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인상으로 인해 소 한마리당 평균 100만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 위치한 괴산증평축협에서 운영하는 생축장 전경.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인상으로 인해 소 한마리당 평균 100만원 안팎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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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추석에 맞춰 출하시킬 소를 몇마리 챙겨뒀는데 정부가 한우 암소를 도태시켜 출하시키는 바람에 가격이 떨어져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며 "작년에도 값이 떨어져 힘들었는데 올해도 또 어렵게됐다"고 전했다.
괴산군 지역에서는 이 처럼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를 위해 축협에서 직접 옥수수 농사를 지어 사료용으로 공급하기도 하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태부족한 상황이다. 김경호 괴산증평축협 상무는 "10년전 한 포대에 4000원이던 사료는 지금 1만원이 넘는데 소값은 그대로"라며 "축협은 물론 축산농가에서도 생산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고기 가격이 정체돼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원 괴산증평농협 조사료수확담당자는 "2년전 송아지 가격이 270만~280만원선이었고, 2년간 사육하는 동안 들어간 사료비가 300만~350만원정도인데 현재 도축돼 팔려나가는 값은 한마리당 500만원정도"라고 설명했다. 축산 농가의 경우 6~7개월령 송아지 한마리를 입식해 2년여를 키운뒤 출하하는데 소 한마리당 평균적으로 100만원 안팎의 적자가 난다는 설명이다.

이 담당자는 "도축되는 소고기 등급이 '1++'등급일 경우에는 100만원 정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는데 평균적으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괴산증평농협은 거세한우 200여마리를 키우는 생축장을 운영중하고 있다. 그는 "영세한 축산 농가들은 갈수록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에 매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상무는 "축산농가가 10여년 전에 평당 50만원, 7000만~8000만원을 투자해 사육시설을 갖췄는데 당장 소 키우는 일을 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당장은 손해가 생겨도 소를 모두 팔아치우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소 사육두수를 줄이기 위해 암소 도태를 권장하고 있어 축산농가가 올 추석 특수는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일대의 복숭아 농장. 태풍으로 인해 복숭아 나무가 지지대와 함께 쓰러지면서 부러졌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들은 바닥에 떨어져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일대의 복숭아 농장. 태풍으로 인해 복숭아 나무가 지지대와 함께 쓰러지면서 부러졌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들은 바닥에 떨어져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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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일대 과수농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볼라벤과 덴빈 태풍으로 수확을 앞둔 복숭아 생산 농가의 피해가 컸다. 충북 음성군 일대의 복숭아 농장에서는 곳곳에서 부러진 나무와 낙과가 널브러져 있었다. 복숭아 수확은 지금이 정점이기 때문에 나무에 달린 열매의 크기가 가장 크다. 가지마다 무거운 열매가 달려있던 상황에 태풍이 몰아치면서 가지가 부러지고, 과일이 떨어지면서 피해가 컸던 것이다.

음성군 음성읍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최모(58)씨는 "나무가 태풍에 부러지는 바람에 아예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는 "나무가 이정도로 부러지면 다시 살리기도 쉽지 않다"며 "10년 이상 키운 나문데 한순가에 뿌리채 뽑아야 될 지경이니 내년에 또 어떡해야 하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추석에 맞춰서 9월 2~3주에 수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과농장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추석 물량을 맞추기는 어렵게 됐다. 충북 청주시에서 사과밭을 운영하는 햇살농원 관계자는 "사과는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달 정도 뒤에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기 때문에 아직 열매가 덜 여물어서 피해가 적었지만 당장 수확해야 할 사과는 많이 떨어져 피해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일대의 복숭아 농장. 태풍으로 인해 복숭아 나무가 지지대와 함께 쓰러지면서 부러졌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들은 바닥에 떨어져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일대의 복숭아 농장. 태풍으로 인해 복숭아 나무가 지지대와 함께 쓰러지면서 부러졌다. 수확을 앞둔 복숭아들은 바닥에 떨어져 폐기처분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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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음성·충주(충북)=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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