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주무르는 무기로비스트들의 세계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스포츠선수들의 연봉과 광고계약 등을 대행해주는 에이전트(agent). 무기거래에 있어서도 에이전트는 존재한다. 에이전트에 속한 사람들은 무기 로비스트라고 불린다. 한국에서 무기 로비스트로 유명세를 치른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린다김이다.
린다김은 국방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사업인 '백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인물이다. 당시 이양호 전장관에게서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힌 연서를 받기도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무기 로비스트들이 총사업비의 1~3%를 커미션으로 챙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14조원 규모의 무기 거래가 이뤄지면 커미션 규모가 수조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차세대전투기(FX) 3차사업 등 금액이 큰 사업인 경우에는 1%미만의 커미션은 받는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에서는 군장성 예비역들을 주로 채용한다. 에이전트는 방산기업으로 분류가 안돼 예비역장성들의 취업이 합법적이고 현직 군인과 접촉이 쉽다는 이점 때문이다.
린다김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차세기 전투기 구매사업인 FX사업과 관련, "커미션은 로비형태에 따라 다 다르다. 수천억 또는 1조원이 될 수도 있다"며 "현 정부처럼 1년 단 위로 무기계약을 하면 우리 같은 로비스트들은 돈에 치여 죽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무기거래 방식은 두가지다. 대외군사판매(FMS)와 상업구매로 나뉜다. 대외군사판매는 미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품목 또는 미 정부가 업체와 계약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고, 상업구매는 해외업체에 직접 무기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무기를 상업구매할 경우 무기로비스트들이 관여하게 된다.
본지가 입수한 최근 5년간 상업구매 계약금액(무기로비스트를 통한 계약금액)은 2007년 6345억(1980억), 2008년 4조 8268억(2조 1856억), 2009년 5116억(4961억), 2010년 8225억 (1612억), 2011년 3959억(1564억)이다. 무기로비스트들의 평균 계약금액은 전체상업구매의 44%를 차지한다.
무기로비스트들이 소속된 에이전트가 무기거래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방위사업관리규정에 의거한 국방전자조달 등에 등록해 기무사로부터 보안을 검증받아야한다. 로비스트 가 공산국이나 테러국과 연관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군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에이전트는 국내 7000여개. 하지만 이중 절반가량은 무기외에도 다양한 무역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평가다.
최근 5년간 상위 51개 에이전트의 총 거래실적은 3조 1972억이다. 이중 거래실적 상위 1~10위를 차지한 에이전트의 거래실적은 3조 756억이다. 전체금액의 96%를 차지할 만큼 점유율이 높다.
특히 1위를 차지한 훠스트스탠다드코리아의 거래실적은 2조 645억으로 에이전트의 총 거래실적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훠스트스탠다드코리아는 지난 2008년 FX 2차사업을 보잉의 F-15K 도입을 성사시키면서 업계를 평정했다.
1988년에 회사를 설립해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된셈이다. 훠스트스탠다드코리아는 최근 2차사업때 공군 시험평가단에 속했던 공군 대령이 취업하면서 정보당국이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위를 차지한 원일인터내셔널도 다를 바 없다. 1990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2000년 미국 'MX엔터프라이즈 시스템즈'의 용접기, 2002년 미국 레이시온사의 무기 등을 도입했다. 특히 FX 1차도입사업때 보잉의 F-15K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방위사업청은 FX 3차사업에서는 '에이전트를 계약 배제하겠다'는 서약서를 후보기종 업체들로부터 받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 에이전트 관계자는 "FX사업과 관련해 서류상에만 에이전트가 빠져있을 뿐 사실상 컨설팅사 등의 명목으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며 "외국기업의 입장에서는 국내 분위기를 감지하기 위해서 에이전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