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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해결 금융권의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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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일의 경제읽기

“하우스푸어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저한테까지 왔는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살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미치겠다구요.”
가계 부채로 시름하고 있는 김경진(41)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설움이 가득하다. 여의도의 모 증권사 직원인 김 씨는 2000년대 중반 용인 신도시에 자리잡은 35평대의 아파트에 입주했다. 당시 집을 마련하기 위해 2억원 가량의 대출금을 3년거치 20년 상환으로 받은 김 씨는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봉의 35% 가량을 고스란히 은행 대출금으로 갚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표현처럼 어느새 ‘하우스푸어’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현재 김 씨와 비슷한 처지의 ‘하우스푸어’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6%에 이른다. 70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하우스푸어’는 요즘 한국경제의 위험요소로 불리는 가계부채의 최대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가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득은 늘지 않고 집값이 추가로 급락하면서 ‘하우스푸어’들의 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올라간다면 가계부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수년동안 부동산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MB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각종 부동산 정상화대책이 전혀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로 인해 부동산 부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제1금융권 내부의 한정된 해석에 불과할 뿐이다. 더욱이 이마저도 제1금융권의 오판일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부실은 부동산 호황기 때 담보가액의 90%에 가까운 대출을 해 준 제2금융권의 부실을 낳고, 이는 제1금융권으로 옮겨 붙어 금융권을 파산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경제활동 인구의 씀씀이를 줄여 소비를 위축시키고, 내수경기 하강을 촉발하는 등 악순환의 연쇄작용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세계경기의 회복세가 묘연한 상황에서 내수경기 침체 등을 촉발함과 동시에 가계와 금융권의 동반 파산을 야기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애기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중산층으로서 한국경제를 견인해 왔던 이들이 서민층으로 전락한다면 경제는 물론 사회문제까지 대두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또렷한 해결 방법은 그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 위기를 감지하고 서민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세웠지만 헛다리만 짚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저신용 서민층이 아니라 주택을 갖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끌어다 쓴 ‘하우스푸어’의 문제를 풀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 이자 미지급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금융권의 주장은 중산층의 경우, 이자 미지급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수익을 줄이면서까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데 기인한다.

가계부채를 해결하기는 커녕 만기연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금융권이 풀어야할 숙제다. 금융권은 이자 장사에 급급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에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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