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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올림픽을 그리스에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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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이제 잔치가 끝났으니 손익계산서를 뽑아봐야 할 차례다. 영국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얼마나 건졌을까.

영국 BBC 방송은 침체에 허덕이는 자국 경제를 올림픽 특수로 해결해보겠다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계산이 어긋난 것 같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이 올림픽 유치에 쏟아부은 돈은 자그마치 150억달러(약 16조9500억원)다. TV 중계권과 기업체 후원 등으로 얻는 수입은 55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나마 42%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떼어 간다. 따라서 영국이 손에 쥐는 돈은 겨우 32억달러 정도다. 올림픽만 놓고 보면 적자가 118억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사실 영국은 런던올림픽 개최 전 과거 적자 올림픽들을 거울로 삼았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주경기장을 세우고 관중석을 재활용 파이프로 만드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없애기 위해 애썼다. 농구나 핸드볼 경기장은 아예 가건물로 지었다. 이렇게 애를 썼지만 애초 예상한 개최 비용이 껑충 뛴 것이다.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개최하면서 90억유로(지금 환율로 치면 110억달러)나 쏟아부었다. 당시만 해도 가장 비싼 올림픽이었던 셈이다.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총 70억유로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그 결과 그리스의 2004년 총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3%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가 밝혔다. 결과적으로 그리스는 아테네올림픽을 계기로 재정적자가 GDP 대비 6.1%에 이르게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도 '빚잔치'였다. 애초 호주는 올림픽으로 관광산업의 부흥을 노렸지만 관광객은 올림픽이 끝난 뒤 2년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여러 스포츠 시설은 접근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시드니는 올림픽 시설 관리비로 해마다 2000만달러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은 그나마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치른 스페인도 개최 이후 61억달러의 빚을 떠안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한국은 올림픽 적자가 9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럼에도 수십억, 아니 수백억달러나 들여 올림픽을 유치하고 수억달러나 내고 올림픽 스폰서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지구촌 최대 축제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그냥 흔히들 국가브랜드 상승, 올림픽 특수, 기업 마케팅 운운한다.

그러나 막대한 올림픽 개최 비용에 비해 경제창출 효과는 기대 이하다. 처음에는 자금이 모이면서 경기가 활황을 보이는 듯하지만 대회가 끝나면 개최국은 재정부담으로 고통 받곤 한다. 지금 올림픽은 구조적으로 흑자가 불가능하다. 개최지는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한다. IOC가 경기장 규모, 경기장 간 거리, 경기장과 선수촌 거리를 중시한 결과 중복ㆍ과잉 투자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폐막 후 많은 대형 시설 관리는 전적으로 현지인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재정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올림픽 개최 방식에 대안은 없을까. 개최지를 영구히 한 곳으로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올림픽 발상지가 그리스이니 앞으로 그리스에서 '세계인의 잔치'를 치르자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 각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느라 생기는 쓸데없는 중복 투자,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없어질 것이다. 대신 그리스는 IOC의 감독 아래 올림픽 시설을 계속 첨단으로 업데이트하면 그만이다. 올림픽 참가국들은 이렇다 할 산업이 관광뿐인 그리스의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기쁜 마음도 갖게 될 것이다. 2004년 올림픽 이후 재정적자 심화로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채 유럽 재정위기만 부채질했다는 그리스를 벼랑에서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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