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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불황지표, 최악 시리즈···풀뿌리 소비 씨말랐다

최종수정 2012.08.01 12:35 기사입력 2012.08.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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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팁 사라지고 택시비 잔돈도 꼬박꼬박 챙겨
방학마다 특수 노리던 성형외과·피부과도 손님 끊겨


민간 소비시장 곳곳에서 지표경기를 뛰어넘는 불황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과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0%∼3.3%) 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위축을 소비자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소비부진으로 경기가 다시 꼬꾸라지는 악순환까지 보이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일 "지난 2분기 소매판매는 전년동기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2년여만의 최저 증가율"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발표하는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단순히 정부의 통계에서만 이같은 소비위축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 실제 생활패턴에서 확인되는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 위축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받던 '팁'이나 택시기사들의 가외수입이던 '우수리' 등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고급 한정식당에서 근무하는 김모씨(45세)는 "4∼5년 전만해도 한달에 150만원 남짓한 월급 만큼 팁을 챙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한 달 내내 일해도 4∼5만원 정도의 팁을 받는 데 그친다"며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여유가 있는 분들이라서 경기불황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올해 상황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12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택시기사 안모씨(51세)도 비슷한 경우다. 탑승객들이 현금으로 택시비를 지급하면서 몇백원대의 잔돈을 남겨두고 가는 '우수리'는 옛말이 됐다. 그는 "손님들 가운데 80% 이상이 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고, 설령 현금을 낸다고 해도 대부분 잔돈을 받아간다"면서 "다들 살기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방학시즌인 7ㆍ8월을 맞아 가장 바빠야 하는 성형외과ㆍ피부과도 울상이다. 그나마 외국인 손님이 늘어나면서 근근이 병원을 유지해나가고 있지만 예전 같은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강남의 G성형외과 남모 원장(48)은 "올해의 특징은 여름방학 특수가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개원한 지 10년만에 이렇게 어렵기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명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조모씨(42세)는 "인근의 은행ㆍ증권사 여직원들이 주된 고객이었는데 증시상황이 나빠지면서 발길이 끊어졌다"며 "손님 동향을 통해 뉴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불경기를 체감한다"고 덧붙였다.

소비패턴에서 가격이 싼 '열등재'나 기존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를 찾는 경우도 많다. 정규 가격 대비 40% 이상 가격이 저렴한 조조영화나 세탁소 드라이크리닝 대신 가정용 중성세제를 선택하는 소비행태가 대표적이다.

맥스무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 31일까지 7개월 간 각 영화관의 조조영화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조조영화 관람객 수가 전년에 비해 13%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맥스무비 관계자는 "조조영화 관람료는 5000원이고,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이용하면 3000원이나 4000원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탁소의 드라이크리닝을 이용하던 고객들이 집에서 직접 세탁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홍은동 소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모(55세)씨는 "여름철에는 통상 드라이크리닝 손님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최근엔 예년만 못하다"면서 "대부분 집에서 손빨래 등을 통해 드라이크리닝 비용을 아끼고 있기 때문"고 말했다.

실제로 고급 의류의 손빨래에 사용하는 중성세제의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애경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간 중성세제 매출액은 약 150억원 가량으로 전년(130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애경 관계자는 "소비재의 경우 대부분 판매량이 정체돼 있어 20억원 정도의 매출 증가는 이례적"이라며 "불황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죽하면... 불황의 심리적 탈출구..영화 '도둑들' 활개
지난달 31일 전국 관객 49만9589명 동원..누적관객수 385만8440명 기록


민간 불황지표, 최악 시리즈···풀뿌리 소비 씨말랐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라." '태양의 눈물'의 가격은 시가 300억원. 이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털려는 도둑들의 영화 '도둑들'이 잇달아 관객기록을 경신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박을 노리고 달려드는 '도둑들'의 심리가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관객들에게 통쾌한 짜릿함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영화 '도둑들'과 관련, "불경기 때는 경제적 억압이나 불안감, 궁핍함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은 '탈출심리'가 강해진다"며 "영화 속 인물들이 은행이나 카지노 등을 털 때, 관객들은 '턴다'는 행위 자체에서 통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이 경제적으로 억눌려 있던 것에서도 벗어나는 카타르시스도 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도둑들'의 흥행에는 이처럼 현실의 답답함을 잊고자 하는 '불황' 심리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둑들'은 지난달 31일 전국 관객 49만9589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385만8440명을 기록했다. 25일에 개봉해 4일만에 200만명 돌파한 데 이어 다시 6일만인 30일에는 300만명 기록도 경신했다. 같은 기간 기록으로 비교했을 때 역대 흥행작인 '괴물'(319만명)이나 '디워'(309만명)보다도 흥행 속도가 빠르다.

특히 지난 주말에만 전국 관객 75만명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주말 스코어 기록을 수립했다. 각 영화관에서 좌석점유율 및 예매율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영화 관계자들은 이번 주중 500만명도 가뿐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출액 점유율로만 보면 이미 경쟁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크게 압도했다. 31일 기준 '도둑들'의 점유율은 55.2%(누적매출액 277억원),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18.9%(누적매출액 339억원)다.

본격적인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늘면서 '도둑들'의 흥행에도 속도가 붙었다. 특히 13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김수현 등 톱스타들로 구성된 출연진들과 탄탄한 스토리, 화려한 볼거리 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투자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범죄 영화라는 큰 틀 안에 개성으로 무장한 다양한 캐릭터의 조합과 서로 얽힌 10인 도둑들의 관계에서 비롯된 탄탄한 드라마, 여기에 짜릿한 쾌감을 전하는 리얼 와이어 액션의 화려한 볼거리까지 다양한 관람 포인트로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입소문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는 9일에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시대는 조선 영정조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훔친다'는 기본 골격은 같다. 당시 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치기 위해 조선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인물들이 얼음을 훔치려는 데 머물지 않고 그 뒤의 배경에서 권력을 비웃고 풍자하는 이야기도 숨겨져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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