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 전염=유럽의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과 3대 경제대국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유럽연합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그리스와 아일랜드,포르투갈에 지원된 구제금융 자금의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유럽 정책당국자들은 지난주 백방으로 뛰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회담을 갖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로존을 수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6일 런던 글로벌 투자컨퍼런스에서 “ECB 역시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는 ECB가 나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떨어뜨릴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금리는 즉각 떨어졌으나 곧 반등했다.
같은 날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여론이 강한 네덜란드가 의원선거를 실시한다.여기서 구제금융 반대파가 승리한다면 9월 합의될 그리스에 대한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리스는 경기침체인 그리스의 지출을 더 억제하지 않도록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는 시기를 2년 연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는 2차 구제금융규모가 200억~300억 유로 늘어난다는 뜻인데 유럽 국가들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그리스 구조개혁, ESM은행 기능 등 서둘러야=그리스가 재정적자와 함께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는 국내총생산(GDP)의 160%인 국가부채를 통제하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수출부진으로 사실상 자체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채권단이 수용이 전재돼야 한다.민간 채권단은 이미 원금손실을 봤고 남은 것은 그리스 국채의 3분의 2를 보유한 ECB와 각국 중앙은행이 그리스 부채의 원금을 탕감해주느냐 여부이다.
ING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페테 반덴 후트는 “그리스는 현 상황을 달리 탈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스가 구제를 받으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유로존 정부로부터 부채탕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 유로존 평균으로 약 50%의 부채탕감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금탕감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그리스에 원금탕감을 해주면 앞서 자금지원을 해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형평성 차원에서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태도도 문제다.유로존 국가들은 부채탕감의 조건으로 철저한 구조개혁 준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리스는 지금도 어렵다며 부채중 30~40%를 디폴트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금리 인하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것도 숙제다.드라기는 ECB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시사했지만 독일정부와 독일중앙은행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6월말까지 가동하는 한시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그 이후 출범하는 항구적 기구인 ESM이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다. 그러나 EFSF의 자금규모가 4495억 유로이고 ESM이 5000억 유로에 불과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구제금융을 요청한다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ESM이 ECB에서 돈을 꿔서 채권을 매입하도록 한다면 무제한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있었다.
ESM에 이같은 은행기능을 부여하는 논의는 아쉽게도 지난 몇 달간 논의만 계속했을 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유럽 정책당국자들은 남은 기간동안 독일과 네덜란드,핀란드 등 반대국가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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