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름 앓는 KBO, 고민 빠진 선수협회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이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KBO는 10일 6차 이사회에서 무기한 유보됐던 10구단 창단에 전환점을 마련했다. 관련한 일정 및 구체적인 방안을 KBO에 위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됐다. 선수협회가 수렴하지 않을 경우 올스타전 불참, 리그 중단이라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선수협회는 KBO가 내민 협상안을 수락하지 않았다. 박충식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안전장치’와 ‘진정성’을 요구했다. KBO의 전달 내용이 꽤 부실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선수협회가 말하는 ‘안전장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뜻한다. 프로 구단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사안이 물거품으로 끝날 것에 대한 방지책이다. 박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을 위한 로드맵인지, 올스타전 개최를 위한 임시방편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아직 받아들일 제시안은 별로 없다”라고 밝혔다. 난항에 빠진 건 ‘진정성’도 마찬가지. KBO 이사회는 창단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 3년으로 내다본다. 이는 9구단 NC의 창단 전례를 생각하는 선수협의 기대치와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수 야구인들이 KBO 이사회의 대처가 올스타전 개최를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주된 이유다.
물론 안건의 재검토와 이사회로부터 받은 위임은 선수협회의 강경한 대응으로 얻어낸 값진 성과다. 문제는 두 요소에서도 파랑새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유보됐던 안건은 리그가 중단될 위기에서 재검토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KBO가 위임받은 내용 또한 다르지 않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 승인 포함 연고지 및 기업 등에 대한 결정은 여전히 이사회의 승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창단 여부는 공방이 펼쳐지던 6월 임시이사회 전으로 회귀했다.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보이콧을 내밀고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선수협회 역시 고민에 휩싸였다.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이벤트다. 주저 없이 내민 카드가 역대 최다관중을 바라보는 흥행 열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또 다른 내홍의 대두도 우려한다. 선수협회는 지난 1월 집행부 교체 과정에서 이미 적잖은 마찰을 겪었다. 프로구단까지 개입된 문제에 자칫 선수들은 또 다시 나눠질 수 있다. 선수협회를 처음 설립할 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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