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부스 책장으로 부활하다

송파구, 사라져가는 공중전화부스 재활용해 책장 만들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연인에겐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로, 우산 없는 이에겐 잠시 비를 피하는 곳으로, 영화 영웅본색의 장국영과 초록물고기의 한석규에게는 유언을 남기는 곳으로 사랑받던 공중전화부스…

핸드폰이 보급되면서 공중전화부스는 하나둘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어갔다.

추억 속에 잊혀져 가던 공중전화부스가 송파에서 책장으로 부활했다.

송파구(구청장 박춘희)가 오래된 공중전화부스 4대에 빨간색 옷을 입히고 책장을 넣은 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버스정류장에 설치했다.

이름하야 두줄 책장.

공중전화부스가 책장으로 변신했다.

말 그대로 두 개 책장이 한 셋트. 지난달 29일 잠실 롯데월드와 KT 송파지사 앞 정류장 두 곳에 설치돼 정류장 이용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줄 책장의 아이디어는 영국 남부 웨스트베리 서머셋 지역에서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해 미니문고를 만들었다는 내용에서 따왔다.

책장은 체류시간이 짧은 정류장의 특성을 반영해 그림책, 시집 등과 같이 빨리 읽을 수 있는 도서들로 채웠다. 책장 하나 당 150권씩 비치돼 있다. 대출과 반납은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구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돌아가며 관리할 계획이다.

책장을 이용한 이정희 씨(46 신천동)는 “신간도 있고 읽을 만한 책도 많아 좋고, 버스 기다리다 잠깐 동안 머리를 식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최윤실 씨(31 가락동)는 “공중전화박스인 줄 알았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책장 안에 여러 종류의 책들이 비치돼 있어서 신기했다”며 “버스가 오기 전에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 몇 줄이라도 책을 읽으니 유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