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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맏형' 건설이 오늘의 반도체·車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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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태국 고속도로공사로 첫삽.. 10조원짜리 이라크 신도시로 5천억불 돌파


-"1조달러 목표 달성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 정부지원 등 남은 과제 많아"

해외건설 수주의 효시로 기록된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현장. 건설업계는 이후 47년만인 2012년 상반기 해외건설 누적수주 5000억달러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해외건설 수주의 효시로 기록된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현장. 건설업계는 이후 47년만인 2012년 상반기 해외건설 누적수주 5000억달러란 대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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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1.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1965년 5월 태국 수도 방콕에 지점을 설치하고 넷째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차그룹 회장을 초대 지점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무엇이든 무조건 공사를 따내라"는 특명을 동생에게 내렸다. 정세영 지점장은 악전고투 끝에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해외건설 역사상 첫 해외수주로 기록된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가 주인공이다. 공사비는 522만달러. 당시 환율로 14억8000만원 규모다. 이는 그해 국내 건설업체 총 계약액의 6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2. 2010년 2월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민관경제협력사절단 60여명과 함께 이라크 행 비행기를 탄 김 부회장은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이 진행될 테니 잘 살펴보고 오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특명을 받은 터였다. 이라크 정부가 투자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터키 등 각국에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던 때다. 이후 한화는 100여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로부터 2년3개월 뒤 한화건설은 78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사업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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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액이 누계 기준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화그룹이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을 따내면서 해외건설 수주액은 5014억달러로 훌쩍 뛰어올랐다. 첫 해외수주를 한 지 47년만에 이룬 쾌거다. 그동안 849개 업체들은 138개국에 진출해 총 8663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다양한 업체가 크고작은 건설공사를 수행해 온만큼 해외건설 역사에는 수많은 애환과 기록들이 숨겨져 있다. 해외수주의 절반 이상이 집중돼 있는 중동 지역 진출 1호 기록은 삼환기업이 세웠다. 삼환은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 도로 확장공사를 수주했다. 숨막히는 열사의 땅을 개척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로 불린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비는 9억4000만달러로 그해 우리 국가예산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워낙 초대형 공사여서 현지 근로자 수가 한때 20만명에 달했을 정도였다.

동아건설이 1983년 시공권을 확보한 리비아 대수로공사는 105억6000만달러 규모였다. 단일공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사라는 기록을 세웠다. 1984년 6월 시작된 공사는 2003년 12월 마무리돼 19년간의 대역사가 마무리됐다. 덕분에 불모지에 생명수가 쏟아지는 기적같은 현실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고 높이의 마천루 역시 한국기업이 쌓았다. 삼성물산이 2005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수주해 2009년 완공한 '부르즈 칼리파'는 828m(160층)로 전 세계 최고층 빌딩이다. 더 높은 빌딩건축계획이 경기침체 속에 미뤄지면 한동안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7년을 지나는 동안 해외건설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주력시장은 1970~1980년대 중동에서 1990년대 아시아로 바뀐 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중동으로 복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시장 다변화 노력도 결실을 맺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 수주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종도 다변화 추세다. 1980년대까지는 건축이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45%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토목은 35% 내외로 두 공종이 전체 해외건설의 80%를 점유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동지역 수주가 늘어나며 플랜트 위주로 재편됐다. 대신 건축은 30% 초반으로 감소하고 토목은 30%를 밑돌았다. 또 2000년대 들어서는 플랜트 수주가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65%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져 있다.

최근엔 대규모 플랜트나 신도시 건설 발주가 늘어나며 해외건설 수주가 초대형화하고 있다. 한 건에 10억 달러를 넘는 프로젝트가 심심찮게 나온다. 5000억달러의 수주액 중 절반이 넘는 2670억 달러를 최근 4년 동안 수주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은 공사비가 186억달러에 달했다.

해외건설 공사 금액이 커지면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상품 수출 1위는 2006년 반도체(332억달러), 2007년 자동차(345억달러), 2011년 조선(566억달러)이 차지했다. 이에 비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398억달러로 단일품목 1위에 올라선 뒤 4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건설이 짧은 기간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1조달러' 수주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은 경쟁력 강화다. 부가가치가 큰 고수익 공사를 수행할 기술력이 밑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업체들의 수주는 가스처리시설, 폴리에틸렌 처리시설 등 대부분 중간 정도의 기술을 요하는 플랜트에 집중돼 있다. 앞으로는 LNG플랜트 등 기술수준이 높은 사업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발전시설과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환경 플랜트 분야 역시 중시해야 할 분야다.

핵심 인력을 육성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업체들의 기획능력은 선진국대비 59% 수준, 설계는 63% 수준에 불과하다. 플랜트 부문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도 요구된다.

자금조달 능력을 키우는 것 역시 관건이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발주처들이 단순 시공 대신 자금 조달계획을 함께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우건설과 STX건설 컨소시엄,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베네수엘라에서 각각 88억달러, 3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를 수주한 것도 그 배경엔 파이낸싱 주선이 자리잡고 있다. 한 건설사 고위 임원은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파이낸싱 없이는 대규모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요건으로 지적된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미국은 연간 8만달러, 일본의 경우 해외근무수당 전액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며 "해외 근로자에 대한 비과세 확대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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