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 '한글'의 거리로 다시 태어난다. 글자 새김 주춧돌이 있는 세종로 공원을 필두로 서울시는 올해 한글 시범가로를 조성하고, 조선어학회 선열 추모탑을 건립할 계획이다. 향후 헐버트 동상과 주시경 기념공원, 세종대왕 생가를 재현하는 등의 사업을 2013년까지 이뤄진다. 세종대로 일대 내수, 통인, 적선, 세종로동 등을 한글문화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은 랜드마크를 뜻하는 우리말인 '마루지'를 사용해 '한글 마루지'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도에 한글 관련 사업을 펼치고 싶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한글 학회'였다. "유행처럼 '글로벌'이 언급될 때 우리 것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찾아간 한글 학회에서 나는 '한글 전용 특구'를 만들자는 구상을 처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2번의 창의 제안을 모두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인재개발원에서 일할 당시 외국인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 프로그램도 실행되지 못했다.
자기 소관도 아닌 일을 대뜸 제안하는 그를 두고 주변에서 “바보다”, “생각이 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하고 싶은 일은 끝까지 하는 편”이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우선 한글 학회와 공조해 한겨레 신문에 마루지 사업 지지 성명서를 내고, 희생자 추모탑 건립을 건의했다. 주변의 도움도 큰 힘이 됐다.
"많은 분들이 도와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자문을 구했을 때 '한글 학회'의 성기지 연구원이 많이 도와주셨다. 뉴욕주립대학 김석연씨가 문맹지역에서 선교활동에 사용하는 '누리글'을 통해 모든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한글만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리글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표기까지 되살려 다른 언어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글자이다.
하지만 그는 2011년 2월 서울자원봉사센터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한글 관련 프로젝트를 더 이상 품고 있을 수 없었다. 한글 마루지 사업에 대한 총괄 계획을 세우고 시장 방침을 받아 예산을 확보하는 것까지가 그의 일이었다.
황금용 국장은 '한글 마루지' 사업에 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글 사업은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아야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끌려 다녀서도 안 된다. 후손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글에 대한 철학적 소견도 잊지 않았다. "사람은 우주의 한 생명체로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서로 행복하자는 마음이 '한글'을 통해서 구현됐으면 한다." 그는 남아있는 동료 후배에게 “벽돌 하나라도 더 놓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황금용 국장이 한글 미루지 사업의 가슴을 담당했다면 임대운 균형발전추진과 주무관은 다리 역할을 했다. 임 주무관은 황국장과 함께 한글 미루지 사업 초창기 멤버로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에 몸 담고 있다. 한글글자마당 조성부터 독음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임 주무관은 이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하지 않고 “지금은 한글문화를 접하는 거점을 마련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며 한글문화가 보다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착착 진행되고 있는 한글 마루지 프로젝트가 이름처럼 ‘랜드마크’ 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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