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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예술가 11人, 철원 DMZ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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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9월 16일 'REAL DMZ PROJECT 2012' 展

이주영, 비무장 지대 10리 길, 2011, 스틸컷 (장소= 철원 노동당사)

이주영, 비무장 지대 10리 길, 2011, 스틸컷 (장소= 철원 노동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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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Demilitalized Zone) 접경지역에 예술가 11인이 모였다. 철원에 남겨진 북한 노동당사에 침입해 퍼포먼스 영상을 찍는가 하면, 군부대에 들어가 군인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촬영한다. 또 한국전쟁 후 재건된 양지리 마을에 직접 거주하면서 이 장소가 내포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분단 경계선에서 겹쳐지고 어긋나는 시선들을 포착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외 작가 11명(팀)이 꾸려진 후, 철원군청의 후원을 받아 만들어지고 있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 작업 과정이다. 내달 28일부터는 약 한달 반 동안 철원군 ‘안보관광’ 코스를 따라 이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15여점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답사 장소 곳곳에 배치된다.
강원도에서 DMZ와 관련한 미술 작업을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경기도 DMZ 권역에서 공공미술, 생태, 환경, 평화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 간간이 이뤄진 바 있다. DMZ는 폭 4km, 길이 250km 중 3분의 1이 철원군에 속해있다. 전쟁 이전 철원지역은 북한 땅이었다. 일제에 해방된 후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분단돼 전역이 공산치하에 들어갔다가 한국전쟁이후 국군의 북진에 따라 일부 지역이 수복됐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철원 안보관광 코스의 한 곳인 ‘백마고지’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0일 동안 중공군 2개 사단과 주인이 24번 바뀌었던 군사적 요충지였다. 포격으로 산의 모습을 잃고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붙은 이름이다.

지난 27일 만난 다큐멘터리 감독 아망딘 페노와 이주영 작가.(왼쪽부터)

지난 27일 만난 다큐멘터리 감독 아망딘 페노와 이주영 작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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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와 긴장이 흐르던 철원. 10만 명 인구인 이 지역은 주민과 군인이 반반이다. DMZ를 경계로 북한을 앞에 두고 있는 이곳에서 일상은 또 지속되고 있다. 휴전과 평화, 일상과 통제, 대치와 공존 등 대립적인 개념이 뒤엉켜 있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작업하며 진정한 ‘비무장’의 의미와 통일, 미래상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담으려 한다. 지난 27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주영 작가(여·39)와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상 아티스트 아망딘 페노(Amandine Faynot·여·30)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주영 작가는 지난 2010년 말 이미 ‘북한에서의 환상의 레지던시: 뚜껑을 제발 열지 마세요. 항아리가 비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다른 공간의 같은 장소성을 발견하는 테마로 작업을 진행해 온 이 작가는 베를린에서 ‘북한’을 상상해보는 작업들을 사진으로, 글로 선보였다. 특히 이 책에는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난 2009년 북한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독일사람, 베를린 괴테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북한 사람을 만난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이번에 철원에서 그가 선보이게 될 영상물은 전망대 인근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 영상의 제목은 ‘비무장 지대 10리길 기다림(가제)’이다. 철원군에서 진행하는 안보관광을 재구성한 영상작업으로 분단 이전 제국주의의 흔적, 관광으로 개발된 철원의 모습들이 소개된다.

이 작가는 “노동당사에 몰래 들어가 새터민,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찍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는데 당시 그 폐허 같은 노동당사가 주는 힘이 아주 셌다”면서 “파편처럼 분열된 느낌을 주는 그 공간 안에서 벌레구멍이나 가장 뾰족한 곳을 찾아보거나, 다리를 묶어 함께 걸어보는 등 여러 행위들을 시도하고 영상으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 같은 작업을 시도한 데에는 우리사회가 아직 풀지 못한 ‘통일’에 대한 고민을 미리 준비해보자는 데 있었다. 영상은 이념과 정치를 떠나 언제가 통일을 맞이했을 때 남북이 처할 문화적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함축적 제스처다. 이 작가는 “동독 사람들이 통일 후 서방과 자본주의 문화에 적응을 못하거나 자살한 사례들이 있다”면서 “현재 탈북자들 사회 내에서도 서로를 이념적으로 검열하기도 하는데 이런 다툼보다는 이해와 문화적 치유까지 고민해야 통일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허가된 철원 북한 노동당사에서 찍은 이주영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작품. 새터민 여성에게 노래를 주문했더니 '아리랑'을 불렀다.

폐허가된 철원 북한 노동당사에서 찍은 이주영 작가의 퍼포먼스 영상작품. 새터민 여성에게 노래를 주문했더니 '아리랑'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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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망딘 페노는 지난해 단편영화 ‘Adak(아닥)'으로 스위스 국제단편영화대회에서 선정된 이다. 폭력과 죽임으로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이스탄불의 제물의식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다른 나라, 다른 공간, 다른 문화를 그대로 지켜보고 기록으로 남기면서 질문을 던지는 식의 영화다.

페노는 이곳 철원에서도 군부대에 직접 들어가 군인들의 생활을 작품에 담을 계획이다. 2주 전 한국에 도착한 페노는 그동안 철원 내 한 군부대와 접촉해 작업 활동을 허락받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구체적인 내막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쳤다. 오는 30일부터 3일간 군인들의 생활을 조용히 살펴보며 만들어질 영상은 전시로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Adak의 촬영지 터키 역시 의무징병제인데, 반드시 치러야 할 국방의 의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면서 “접경 지역에서 어린 군인들이 어떻게 훈련을 받고 생활하는지 그들 옆에서 지켜보며 조용한 철원의 한 군부대의 긴장감을 작품에 담고 싶다”고 언급했다.

현재 영등포구 문래동에 거주중인 페노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김 량을 통해서 DMZ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량 역시 이번 전시 참여 작가다. 특히 김 작가는 양지리 마을에서 직접 살면서 거주민들의 삶에 대한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철원 DMZ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하는 다큐멘터리 작가 아망딘 페노의 최신작 'ADAK(아닥)'. 이 작품은 터키에서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실제를 상황을 담고 있다. 페노는 철원 한 군부대의 생활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철원 DMZ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하는 다큐멘터리 작가 아망딘 페노의 최신작 'ADAK(아닥)'. 이 작품은 터키에서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실제를 상황을 담고 있다. 페노는 철원 한 군부대의 생활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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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번 전시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함께 철원의 역사, 기억, 자연과 삶의 이야기를 찾아내 DMZ를 새롭게 돌아보는 생각해 보는 장이다. 철원군청도 1980년대부터 진행해온 안보관광에 대한 초점을 안보교육에서 평화, 생태를 주제로 한 문화적인 방식으로 서서히 바꿔나가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철원군청 관계자는 “문화적 접근이 가미된 이번 전시를 통해 접경지역이라는 고립된 이미지가 아닌 철원을 사람이 살아가는 장소, DMZ를 평화와 생태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내달 7월 28일부터 9월 16일까지 '철의삼각전적지', '제2땅굴',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철원 일대 곳곳에서 진행된다. 철원군청의 DMZ안보관광 참여를 통해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시 투어프로그램이 운영될 계획이다. 문의 02-739-7068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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