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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모든 불이 꺼지자 '강남' 그곳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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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대열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5층 상황실. 오후 2시가 되자 조종만 전력거래소 상황실장은 전국의 예비전력이 140만kW까지 떨어진 상황을 가정하고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전국에는 민방위 재난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TV와 라디오에선 실황 방송이 흘러나오며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후 2시10분. '영흥 화력발전소(50만kW급)가 고장으로 멈추면서 전력 예비력은 순식간에 60만kW까지 떨어졌다.'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상황실 내부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 실장은 즉각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지역별 순환단전을 지시했다.
서울의 모든 불이 꺼지자 '강남' 그곳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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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시범 단전 대상 중 한 곳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 삼성 래미안 아파트 106동. 정전으로 승강기가 멈추면서 시민 3명이 어둠 속에 갇혔다. 2분여가 지나자 구급차와 구조대원이 도착해 시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뒤 한국전력 직원이 비상발전기를 점검했다.
서울시청 앞 등 전국 17개 교차로의 신호등은 일제히 꺼졌다. 지난해 9ㆍ15 대정전 당시의 아찔한 순간이 재연출된 것이다. 당시 예비력은 24만kW였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정전 대비 훈련으로 절전한 전력량은 최대 548만kW로 추산됐다. 20분 만에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을 확보하면서 5000만 국민의 저력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심각' 단계 발령이 내려진 직후 예비력은 1000만kW 위로 치솟는 등 지난해와 같은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날 정전 대비 훈련에서는 전력 피크의 54%를 사용하는 산업체가 총 387만kW를 절감했다. 전체 기여도는 71%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현대제철, LG전자, SK에너지 등 1750개 기업이 조업 시간을 조정하거나 자가용 발전기를 돌리고 냉방 설비 가동을 멈춘 덕분이다.
유통 업체와 호텔 등 일반 건물에서는 138만kW를 절전했다. 산업체 다음으로 높은 기여도(25%)를 기록했다. 전국 1만1472개 초중고에서는 자율적 전원 차단과 절전 교육을 병행했다. 절감량은 9만kW였다. 다만 주택에서의 절전량은 5000kW에 불과해 보다 자발적인 절전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상업 지역에서의 무분별한 전력 소비 행태도 여전했다. 서울 명동 상가는 훈련 시간 사이렌 소리도 무시하고선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에어컨을 풀가동하고 있었다. 중소 민간 기업과 영세 상점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훈련 당일의 성과와 미비점을 분석 보완해 전 부처 합동으로 '전력 위기 대응 종합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같이 전력 수급 상황이 좋지 않은 일본은 사무실 온도를 28~30℃로 설정하고 복도는 거의 소등한다"며 "다소 불편함이 있더라도 전기를 절약하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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