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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경제민주화, 개선이냐 개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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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논쟁이 새롭게 펼쳐지고 있다. 시민사회가 경제개혁 의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선 것과 여야 정당이 총선 공약 입법에 착수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둘 다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임은 말할 것도 없다.

4ㆍ11 총선 이후 경제민주화 논쟁의 첫 불길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서 일어났다. 총선 이틀 뒤인 4월13일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최근 저서를 비판하는 서평 글을 기고한 것이 발단이다. 그 뒤로 지금까지 정 원장과 장 교수를 포함한 학자와 활동가 여러 명이 반박ㆍ재반박의 글을 발표했다. 이 논쟁은 프레시안에서 '한국경제 성격 논쟁'이라는 문패 아래 진행되고 있으나 핵심 주제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다. 여기서는 대체로 '경제민주화의 중심 과제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그룹'과 '반신자유주의 복지국가 건설을 우선하고 그 틀 안에서 재벌 문제를 다루자는 그룹'이 맞서고 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재빠르게 나섰다. 한경연은 지난 4일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걸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말이 '토론회'이지 사실은 반재벌ㆍ반대기업 여론과 입법을 저지하기 위한 행사였다. 주제 발표를 의뢰 받은 학자들은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2항)은 자유시장 경제질서 조항(1항)에 대한 부차적 보완으로 보고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그것을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여야 정당은 구체적인 입법 차원에서 경제민주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발표한 '19대 국회 2012년 입법 과제 및 청문회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경제민주화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8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조세 형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등이다. 경제민주화 이슈에서 야당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아 온 새누리당에서는 이달 초 '쇄신파'로 불리는 의원 30여명이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만들고 경제민주화 정책 개발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은 19대 국회 주요 입법과제의 하나로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등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선출된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와 더불어 경제민주화를 '3대 대선 주제'로 선언했다.

분위기로 미루어 경제민주화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총선 때 벌어진 복지 논쟁의 연장선에서 펼쳐지는 2단계 경제개혁 논쟁이다. 경제민주화 논쟁은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경제적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추상적인 이념 논쟁의 샛길로 빠지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과 정책의 논쟁으로 진지하게 전개된다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제약 조건은 보수 쪽으로 치우친 우리 국민의 사회경제적 의식이다. 우리 국민은 현실에 대한 불만은 높지만 개혁에는 신중한 편이다. 이는 최근 영국 'BBC 월드서비스' 주관으로 실시된 22개국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분배 공정성에 대해 한국은 스페인과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체제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밑에서 3번째였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위에서 두 번째였다. '개혁'보다 '개선'을 바라는 여론이 우세한 것이다. 물론 불만이 높으니 여차하면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 논쟁은 연말 대선에서 매듭 지어질 것이다. 그 결과가 개혁이 될지 개선이 될지는 유권자가 판단하기에 달렸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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