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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정예 강군을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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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과거 영화 속에 등장한 미래 장면은 관객을 자극했다. "과연 저런 일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 영화 속 장면 가운데 상당수가 현실화한 지 이미 오래다.
게임이 정예 강군을 육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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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분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남성들을 겨냥해 만든 군사 게임이 현실 세계와 겹쳐지며 전장의 환경마저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전쟁과 테러를 소재로 한 많은 게임이 등장하고 각종 게임 기기가 발달하면서 군사기술과 게임산업이 서로 기술을 주고 받고 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임산업이 군사력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입대한 미군 장병들은 각종 무기를 능숙하게 다룬다. 게임에서 사용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받은 총기도 낯설지 않다. 직접 만져본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게임에서 수백번, 수천번 접하며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과 비디오 게임에서 적진으로 침투해 각종 총포류를 능숙하게 다루며 휘젓고 다니고 전투기와 탱크ㆍ군용차량을 조종하며 전투한 경험이 군에서도 그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슈팅 게임 '레인보6'로 유명한 미 게임 개발업체 유비소프트의 스튜어트 화이트 수석 프로듀서도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우연히 미군 차량 '험비'에 타볼 기회가 생겼다. 험비 포탑에 장착된 기관총 조종 기구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비디오 게임기 'X박스 360' 콘트롤러와 매우 흡사했다. 게임 장비가 인명 살상용 무기로 둔갑한 듯해 당황스럽기도 했다.
화이트는 미군 관계자로부터 왜 이런 장비가 개발됐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신병들이 X박스 360에 이미 익숙해져 있어 다르게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가능한 한 군용 장비를 게임기와 비슷하게 만드는 게 신병 훈련에 유리하다는 설명이었다. 많은 이에게 익숙한 방식을 놔두고 굳이 새로 군용장비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화이트는 "비디오 게임이 일상과 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고스트리콘'이라는 1인칭 슈팅게임 담당자인 화이트는 직업상 군사기술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한다. 그가 제작하는 게임이 총포류와 연관 있는만큼 각종 무기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무기 제조업체, 미군과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 덕에 화이트는 각종 무기의 제원은 물론 군사작전 등 군사지식을 누구보다 빨리 입수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이 군에 미치는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게임기술이 군사기술에 적용되는 분야는 이뿐이 아니다. 공군 파일럿은 전투기나 수송기에 오르지 않고도 시뮬레이터 장비로 훈련 받을 수 있다. 이는 비디오 게임용 비행 시뮬레이터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게임용 소프트웨어가 더 빨리 발전한다. 군사용 시뮬레이터가 업그레이드 없이 방치될 때 게임 소프트웨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 탑재한 무기로 게이머를 유혹한다.

신병을 위한 좋은 훈련 교재인 1인칭 슈팅 게임의 경우 신병들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잘 이해시킨다. 미 육군의 시뮬레이션ㆍ모델링 시스템 통합 기술 감독인 리처드 윌리엄스는 "전투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나흘 안으로 상상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현실 세계의 사진ㆍ정보를 바탕으로 건설한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와 너무 유사해 우리도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상 세계에서 적들의 행동을 지켜보면 그들의 시선과 총구가 어디로 향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비디오 게임 기술을 군사훈련, 군용 장비 개발에 활용하는 데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문명의 이기가 살상 도구로 이용되는 데 대한 반발이다. 생활의 활력소로 탄생한 게임이 군에서 쓰이는 것은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게임기술의 현실 적용에 찬성하는 이들은 비디오 게임 제작자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자가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준 덕에 어느 때보다 훌륭한 장병들이 입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 가상 현실에서 예비 신병을 특수부대원처럼 훈련시켜주기 때문이다. 군으로서는 그만큼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ㆍ시간을 줄일 수 있다.

게임이 현실과 지나치게 융합되다보니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다. 가상 전쟁 게임 '쿠마 워'의 개발자가 올해 이란에서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 받는 일이 생겼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간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나치게 현실에 기반한 게임을 제작하려다 벌어진 사건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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