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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형마트 의무휴업에 '웃는' 전통시장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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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망우역 인근 우림시장은 황금연휴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평소보다 손님들이 30% 늘었다. 특히 강원도로 경춘선을 타려는 대학생들이 엠티 준비로 문을 닫은 이마트 대신 우림시장을 찾았다.

서울 중랑구 망우역 인근 우림시장은 황금연휴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평소보다 손님들이 30% 늘었다. 특히 강원도로 경춘선을 타려는 대학생들이 엠티 준비로 문을 닫은 이마트 대신 우림시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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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조민서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자치구 차원의 전통시장 할인 행사에도 시장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시행이 아직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각 시장 상황마다 기대감의 감도는 서로 달랐다.

27일 일요일 오후 4시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 우림시장을 찾았다. 황금연휴인데다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시장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가 봤다. 생각보다 시장에 물건 사러 나온 이들이 많아 보였다.
'깜짝 세일 행사'를 한다고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방송도 들렸다. "매달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는 3만원 이상 물품구매시 선착순 50분께 5000원짜리 상품권도 드립니다"라고 조합 방송국에서 알리고 있었다.

일단 시장 안에 자리한 칼국수집에서 칼수제비 한 그릇을 했다. 그 집은 공중파 방송에 나와 '착한가격'으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양도 아주 푸짐한데 한 그릇에 2500원이었다. 식당 사장 정 모씨(남 50대)는 "원래 일요일은 주중보다 사람들이 적은데, 대형마트들 문을 열지 않으니 이곳으로 장을 보러온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우리 식당도 주말 평균보다 사람들이 붐볐다"고 말했다.

이날 우림시장에서 베스트 히트 상품은 '일산 열무'였다. 전통시장 이벤트 행사로 서울시 차원에서 농장에서 1단에 2500원으로 사들여 각 시장마다 200단씩 판매한 것이다. 소매가로는 3500원짜리다. 한데 우림시장에서는 손님을 끌어 모으려고 가격을 1000원 더 내려 1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열무를 판매하고 있던 전 모(남 40대)씨는 "지금 5시가 안됐는데 190단 넘게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세일 품목들이 다양하다. 할인해주는 물품은 모두 빨간 바구니에 담겨있다. 신라면, 삼양라면 5개 세트는 각각 2700원, 2300원으로 대형마트보다 300~400원이 쌌다. 포장순대는 원래 6000원에서 5000원, 곱창도 8000원에서 70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원래 1개당 800원씩 하던 호박도, 팔뚝만한 크기 2개가 1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쥐포무침, 멸치볶음 등 반찬거리는 1000원짜리로 부담이 없었다. 시장 내 한 정육점은 국내산 생갈비 1800g(3근)을 평소보다 5000원가량 저렴한 1만원에 팔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20개 세트를 할인에 들어갔는데, 1시간 만에 거의 다 팔고 4개만 남았다.

박철우 우림시장 상점가 진흥조합장은 "오늘 손님들이 주말 평균 30%나 많이 방문했다"면서 "경춘선 기점인 망우역 인근 이마트가 문을 닫아 엠티를 떠나려는 대학생들이 우리 시장에서 고기, 소주, 과일이나 라면을 많이 사갔다"고 했다. 특히 우림시장은 엠티 손님들을 위해 망우역까지 배달까지 해주고 있다.

그러나 박 조합장은 "중랑구 안에는 대형마트가 이마트 2곳, 홈플러스 2곳, 코스트코 1곳 등 5곳이나 있는데, 거기다 2010년 건축허가를 받은 홈플러스가 또 새로 완공 중이라 걱정"이라면서 "우리 시장에는 500명의 상인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가족들까지 합치면 1000명 넘는 이들의 생계가 이곳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파를 다듬고 있던 상인 역시 "10년 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비해서는 지금 손님이 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럼에도 이날 우림시장 상인들은 평소보다 조금은 사정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자체 홍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치구와 협동해 전통시장으로 주민들의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안들을 상인 조합도 고심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손님들이 많지 않은 서울 송파구 석촌시장. 뒤로는 재건축으로 주민들의 이주가 곧 예정된 가락시영아파트가 보인다.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손님들이 많지 않은 서울 송파구 석촌시장. 뒤로는 재건축으로 주민들의 이주가 곧 예정된 가락시영아파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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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림시장 탐방을 마치고, 오후 5시 반께 송파구 석촌동 석촌골목시장을 들렀다. 이 시장은 폭 6~8m, 약 600m 일직선 거리 양 옆으로 상가건물과 노점상들이 띠를 이룬 형태로 돼 있다. 노점 뒤로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추진단지인 가락시영 아파트가 보이는 데, 석촌시장은 1980년대 이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이날 이 시장의 모습은 한산했다. 이곳 역시 이벤트 행사를 열고 있었으나, 손님들이 없는 상점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서 본 우림시장과는 달랐다.

7년째 동남정육점을 하는 강동원(남 41)씨는 "작년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 힘들다. 7년째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할인행사해도 홍보가 미흡한데다 이 지역은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주민들이 거의 없어 지자체,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도 효과를 피부로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육점에서는 등심돈까스를 평소보다 4000원 저렴한 1만원에 팔고 있었다. 파리채를 휘두르던 건어물 가게 주인은 "하루가 지겹다, 지겨워" 허공에다 대고 푸념했다.

이곳에서는 참외한봉지가 5000원에서 4000원으로, 토마토 1kg이 3500원에 팔고 있었다. 델몬트 바나나가 3500원에서 3000원, 거봉 1kg이 7000원에서 6000원, 체리가 1만3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가격이 내렸다. 1통에 2만원하는 수박을 1만3000원에 파격세일하는 가게에는 그나마 손님이 몰렸다.

이경희 석촌골목시장 상인회장은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문제로 걱정들이 많다"면서 "재건축 하면 이주해 손님이 없어지고, 입주한다 해도 주민들이 전통시장을 반대할까봐 다들 노심초사한다"고 털어놨다.

이곳 역시 주변에는 롯데백화점, LG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여럿 있다. 의무휴업규제를 받진 않지만, 이곳에서 500m 거리에 있는 큰 종합슈퍼인 홈마트도 석촌시장 상권을 침해하는 요인이다. 거기다 최근엔 시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엄마손백화점이라는 다단계업체도 등장해 상인들의 한숨이 커져간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계란 2판, 조기 40마리를 공짜로 주면서 주부들에게 가방, 그릇, 도자기, 그림을 팔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치명타다"라고 걱정했다.

이경희 회장은 "열무 특가나 세일 행사도 좋지만, 손님 없다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각 시장들의 상황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사정에 맞는 정책을 입안해 실효성있는 대책이 더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곳 석촌시장은 시장으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도로'로 용도가 돼 있어, 시장 거리 가운데 홍보시설 설치도 어렵다는 게 이곳 상인회 입장이다. 거기다 주차장시설이 전혀 없어 옆길 가운데 차들이 늘 정차해 있었다. 또 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송파구청이 주차단속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주차장 면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에 한 달 반 넘게 아무 답변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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