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심지어 수력, 원자력 등 에너지원이 풍부한 캐나다 같은 나라보다 더 낮다. 전기요금이 워낙 싸다 보니 일반 가정이나 공장 가릴 것 없이 펑펑 쓴다. 그런데 문제는 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1982~2009년 소비자물가는 232%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14.5%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 전기요금은 오히려 65.5%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둘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소비량이 OECD 국가 평균의 1.7배에 이를 만큼 전력 낭비를 초래했다. 1인당 전력소비량은 국민소득이 2배 높은 일본과 비슷하다. 지나친 냉난방으로 여름철에는 실내에서 스웨터를 껴입고 겨울철에는 반팔을 입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산업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기'를 주택용이나 일반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제조업 부문 부가가치 대비 전력사용량을 보면 얼마나 전기를 낭비하는지 알 수 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달러어치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데 100㎾h를 사용한다고 보면 독일은 45㎾h, 프랑스는 64㎾h, 영국은 46㎾h, 미국은 68㎾h, 일본은 45㎾h다.
셋째, 전기요금이 낮게 유지되는 데 따른 혜택이 대기업 또는 기업농 등에게 집중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다. 영세 농어민 보호를 위해 가장 낮은 가격이 적용되는 농사용의 경우 원가의 38%에 판매된다. 그런데 기업농이나 농수산물 가공 공장, 유통시설 등에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이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결과를 낳았다. 원가의 85%에 판매되는 산업용 전기의 경우도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과 SK에너지 등 정유업계가 받는 혜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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