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사고와 납품 비리로 국민에게 원전은 사고뭉치요 비리의 온상으로 비치고 있다. 지난 2월 고리 1호기의 외부 전원이 중단되는 큰 사고가 있었지만 한 달여를 숨겼다. 최근에는 짝퉁 부품을 납품 받는 대가로 1억원을 받은 직원이 구속되는 등 납품 비리가 잇따라 터졌다. 비리 발전소라 부를 만큼 뇌물 액수가 크고 관련 직원이 여럿이다.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100만개로 부품 구매에 들어가는 돈만 지난해 기준으로 1조3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납품 과정에서의 감시 기능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10억원 이하 부품 구입의 경우 현장기술자들이 납품사를 결정하는 구조다. 유착 관계가 형성되기 십상이다. 특히 특정 업체에 설비나 부품을 개발하게 한 후 이를 '개발 선정품'으로 지정해 다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기술개발과제 제도' 역시 특정 업체 밀어주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 구속된 원전 직원 대부분이 현장기술자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수원이 보다 진정성 있는 부패 예방 활동을 하겠다면 납품 구조를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 부품의 품질과 성능 관리, 감독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등록업체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제3자인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어떤 업체들이 무슨 조건으로 납품하고 있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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