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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D.H. 로렌스 '죽음의 배-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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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죽음의 배를 만들어라. 너는 망각으로 가는/가장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그리고 죽음을 죽어라. 길고 고통스런 죽음을/낡은 자기와 새로운 자기 사이에 놓인/이미 우리의 육체는 추락하여, 상처입고, 심하게 상처입고,/이미 우리의 영혼은 새나가고 있다/잔인한 상처 사이로

D. H. 로렌스 '죽음의 배-5' 중에서

■ 1929년 가을, 폐질환을 앓고 있던 로렌스는 다가온 죽음을 예감한 듯 '죽음의 배(The Ship of Death)'라는 시를 쓴다. 시의 도입부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묘사했다. 우주의 커다란 이슬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사과가 가지에서 이탈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자기를 깨고 자기를 떠나는 것이 죽음이며, 자기와 작별하고 자기를 벗어나는 출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중요한 차이는 바로 앞의 자기를 뒤의 자기가 완전하게 잊는 것이다. 로렌스는 삶과 죽음 사이에 방주 하나를 띄워 심지어 음식과 케익과 와인까지 준비하고자 했다. 동양에선 미진자항(迷津慈航)이란 개념이 있다. 이 괴로운 강나루를 건너갈, <사랑호(號)> 간판을 단 배 한척이 온다는 생각. 지금쯤은 로렌스에게 그 항해가 어땠는지 물어볼 수 있겠으나, 대답은 이 시의 선미(船尾)에서 물거품을 내며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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