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선생님, 사랑해요!"...세상을 밝게 비춰준 우리의 스승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선생님 사랑합니다"

지금 교단은 위기다. 공교육의 추락,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일부 학부모들의 부당행위 등으로 선생님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선생님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제자들의 진심어린 존경이다. 그러나 존경은 커녕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판국에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준 '참선생님'이 우리 곁을 지켜주고 있다. 손수 정리한 동화책을 읽어주고, 학생들과 함께 텃밭을 일구며 삶을 가르쳐주고,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산업체 현장을 뛰어다니는 선생님들이다. 그래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묵묵히 스승의 길을 걷는 이로 하여 세상을 좀 더 '살 맛'나게 한다.

◆동화책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중마초등학교. 학교 홈페이지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코너가 있다. 바로 '교장선생님의 동화'다. 박후자(61)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 속담, 격언 등을 손수 정리해서 올리는데, 한번 올릴 때마다 학생들 댓글이 수십개씩 달린다.

1973년 충북 영동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박 선생님은 지난 2010년 3월 중마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부임과 동시에 박 선생님이 시작한 게 '동화 들려주기'다.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내용이 길면 아이들이 지루해할까봐 최대한 짧고 재미나게 정리해 인터넷에 올린다. 삽화도 직접 그린다.
최근엔 학교폭력을 주제로 삼았다.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내용의 '별난 숫자나라 친구들'이란 동화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5학년7반 김지은 학생은 "집에 재밌는 책이 없어서 교장선생님 동화방에 들어왔더니 정말로 재미있어요"라고 감상평을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스스럼없이 교장 선생님을 찾는다. 박 선생님은 "애들이 집에 갈 때 교장실에 들러서 놀다가기도 하는데, '할머니는 안녕하시냐?' 이런 담소를 나누곤 한다"며 "교장선생님이라고 어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아 즐겁다"고 말했다. 박 선생님은 내후년 정년 퇴임한다. 박 선생님은 "선생님이 행복하면 아이들이 더 행복해지는데, 선생님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나의 마지막 임무"라고 말한다.

◆ 텃밭 일구는 생활지도 부장선생님 = 허광신(57) 연서중학교 과학선생님은 지난 달부터 학교 과학실 옆 별관에 16m² 남짓한 공간에 텃밭을 꾸렸다. 그리곤 말썽많은 학생 10여명에게 농사 짓게 시켰다. 시큰둥해하는 학생들에게 "상추가 자라면 삼겹살도 같이 먹자"며 부추겼다.

"선생님, 사랑해요!"...세상을 밝게 비춰준 우리의 스승들
AD
원본보기 아이콘
 
허 선생님은 "황무지 같은 밭을 땀 흘리면서 일구기 시작하니까 학생들이 금방 재밌어 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를 짜서 물을 주곤 했는데, '농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상추, 치커리, 고추, 방울토마토를 보면서 다른 선생님과 학생들도 '문제아'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줬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받게 된 학생들은 더 신이 나서 농사를 지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한 학생은 자신이 직접 심은 상추를 따서 할머니께 갖다 드리기도 했다.

허 선생님은 "텃밭 가꾸는 일이 재밌어보였는지 반장 학생들이 와서 자신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의도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섞여서 어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벌써 직접 지은 상추를 따다가 두 차례나 삼겹살 파티도 열었다. 허 선생님은 스마트폰 카카오톡을 통해서 학생들과 소통에 열심이다.

◆ 시 낭송해주는 진로진학 선생님 = '고졸채용'의 시대를 일찌감치 열게 해준 선생님도 있다. 경기기계공고 신이건(60) 선생님이 그 주인공. 신 선생님은 1977년부터 올해로 33년째 공고에만 근무하고 있다. 경기기계공고에서는 3년째다. 학생들이 본인에게 맞는 진로를 찾고, 직업을 탐색하는 데 현실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는 게 신 선생님의 임무다. 환갑의 나이에도 학생들이 관심있어 하는 기업체에 틈틈이 방문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부터 면접까지 꼼꼼하게 지도하는 신 선생님은 지난해에는 취업 10계명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월급의 유혹에서 벗어나라', '남들이 다 선호하는 곳에는 경쟁의 함정이 있다', '일찍 독립심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집에서 멀리 있다' 등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조언에 학생들은 귀기울인다.

지난해 2월 시인으로 등단에 성공하기까지 한 신 선생님은 가끔씩 김춘수의 '꽃' 등의 시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2005년에는 학교 주변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을 만들어 주는 등 학생들과 봉사활동에 나서 '신일 스승상'을 받기도 했다. 신 선생님은 "예전 학생들은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늦게까지 집에도 안가고 남아서 작업했는데, 요즘 학생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기술력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