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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뱅커의 전설 김승유, 그의 '미소'가 더 커진 까닭

최종수정 2012.05.14 14:09 기사입력 2012.05.1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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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인터뷰

[아시아초대석]뱅커의 전설 김승유, 그의 '미소'가 더 커진 까닭

대담=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뱅커 시절 '승부사'로 통했다.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 인수를 잇따라 성사시켰고, 고비 때마다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이사장 직함만 두개다. 미소금융재단 이사장과 하나고 재단 이사장이 그것이다. 두개의 이사장 직함은 평소 그가 하고 싶던 일과 완벽히 일치한다. 바로 '나눔'과 '봉사'다.
허름한 점퍼를 걸치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김 이사장에게 "승부사라는 별칭과 걸맞지 않는다"고 삐딱한 질문을 해 보았다. "원래 제가 승부사가 아니에요. 그리고 그런 별명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이죠". 김 이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김 이사장은 요즘 미소금융재단과 하나고 재단일에 필이 꽂혀 있다고 했다. "얼마나 할 일이 많은 지 모릅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미소금융재단에 또 다른 이틀은 학교(하나고등학교)에 가지요. 주말은 뭐하냐고요? 아, 놀아야죠". 껄껄 웃으며 막걸리잔을 드는 김 이사장은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다.

하지만 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특유의 눈빛이 살아난다. 김 이사장은 "(하나고에)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가장 신경쓰는 것은 전인교육"이라며 "하나고의 교육 이념은 지덕체(智德體) 가 아니라 체덕지(體德智)"라고 말했다. 하나고에선 고 3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체육수업을 받아야 한다. 전인교육의 기초는 튼튼한 몸이라는 것을 교육과정에서부터 가르치고 있는 것.
하나고는 2009년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 학생들이 올해 고 3이 됐다. 학교 안팎에서 하나고 첫 졸업 예정자들을 바라보는 눈이 많다. "현실적으로 대학입학률을 무시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김 이사장은 "첫 졸업생들이 잘 해줘야 지속적으로 좋은 학생들이 하나고를 온다"고 강조했다.

뱅커 시절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뭐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외환위기 시절 한국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공격적이고 과감하게 인수합병을 단행한 일"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자신이 주도한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단순히 몸집만 불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인수 후 조직안정과 시너지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게 김 이사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이사장은 "외환은행 인수의 시너지를 보려면 연말 정도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은 "금융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자질은 성실성"이라고 말한다. "고객들이 은행의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닌 만큼 금융인은 신용을 파는 직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배 은행원들에게도 "자기 신용을 판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47년간의 뱅커 생활을 마무리짓고 퇴임한 지 한달 남짓 된 김승유 이사장을 서울 중곡동 중곡제일골목시장에서 두시간 동안 동행 취재했다. 시장 상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미소금융재단의 운용에 대해 토론하고 상인들과 막걸리잔까지 기울이는 김 이사장은 어느새 '냉혹한 승부사'가 아닌 '나눔과 봉사의 전도사'가 돼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화요일에는 미소금융 정기회, 수요일은 비워놓고 미소금융 재래시장 방문을 한다. 목요일, 금요일에는 하나고등학교 업무를 본다. 월요일은 가끔 은행에 갈 때도 있다. 주말에는 쉰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지방에 다녀왔다.  

-금융권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제 한 발 물러나 있는데.
▲이전엔 안 보였던 것을 많이 본다. 미소금융은 규모 면에서는 어느 정도 키워놨는데, 내실을 갖추고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상인들의 의견도 경청하고 있다.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3000억원 정도 지원할 예정이지만, 미소금융이 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 대출이 잘 되려면 상인회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리더십이 없이는 안 된다. 헌신, 봉사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어떤 분들은 하루 장사를 희생해서도 미소금융에 헌신한다.

-하나고 재단 이사장 하는 재미는 어떤가.
▲지금 애들이 고3이다. 전인교육 때문에 고3에게도 악기레슨을 시키고, 200미터 수영을 시키고 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많이 들어온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내년에는 더욱 쉬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로 국제반을 두지는 않았지만 외국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도 많다.

-교육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
▲그렇다. 내 평소의 숙원사업이자 꿈이었다. 하지만 내가 혼자 했다기보다는 직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또 상장법인(하나은행)의 이사회와 주주들이 반대 하지 않고 뜻에 따라준 덕이라고 생각한다.

-뱅커로 있을 때 가장 후회스런 일과 보람을 느낀 일을 각각 꼽는다면.
▲IMF로부터 외환을 지원받을 당시 공격적으로 M&A를 추진한 게 진짜 잘 한 것이. 그때의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하나금융그룹은 없었을 것이다. M&A 이후엔 직원들이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승부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나는 그 별명 좋아하지 않는다. 마치 투기꾼처럼 비춰진다.

-상생을 강조하는데.
▲M&A에 성공하려면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외환은행의 경우도 인수는 성공했지만 정말로 시너지를 내려면 피인수되는 기업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연말 쯤 돼야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이지은 기자 leezn@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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