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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때 떠나렵니다” 김승유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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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금융인생 뒤로한채 하나금융 회장 퇴임

지난 23일 자신의 퇴임식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날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직원들로부터 전 직원의 사진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여 자신의 모습을 담은 대형액자를 퇴임선물로 받았다.[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지난 23일 자신의 퇴임식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날 김 회장은 하나금융그룹 직원들로부터 전 직원의 사진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여 자신의 모습을 담은 대형액자를 퇴임선물로 받았다.[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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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이면 대략 반세기에 가깝다. 그 긴 시간 금융계에서 오롯이 외길을 걸었다.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을 이야기 하면 김승유(69) 회장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최근 외환은행 등 4개 은행을 합병하고 굵직한 인수를 성사시킨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승부사’이다. 한국금융계에서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으로 통한다. 하나금융과 함께 한 41년 누구보다 행복했다는 그의 표정은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이 배어 있었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처럼 아름다운 퇴장이다.

웃었다. 그의 마지막 퇴근길은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 됐다.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 은 지난 23일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1층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김 회장은 이날 “오늘 제 삶의 바탕이었던 하나금융을 떠나지만 하나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잊지 않겠다”며 “하나 가족의 단결된 힘과 김정태 신임 회장 등 새 경영진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50'을 넘어 하나금융의 위상을 세계 속에 높여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본점 사옥으로 마지막 출근하는 김승유 회장의 마음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막상 담담하려 했지만 41년이나 몸담았던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치며 회한이 몰려왔을 터였다. 김 회장과 을지로 본점은 사뭇 닮았다. 김 회장에겐 분신처럼 여기질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의 궤를 함께해온 곳이기 때문이다.

을지로 본점은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곳이다. 당초 이곳 땅 주인은 두산그룹이었으나 1980년 하나은행 전신(前身)인 하나투자금융이 이 자리에 함께 건물을 지어 나눠 사용했다. 그러던 중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떠났고 하나은행은 을지로 본점과 함께 명동입구에 있는 구 보람은행 사옥을 현재 본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1971년도에 인근 조흥은행 본점 꼭대기층에 세 들어 출발했던 조그만 금융업체가 여의도의 하나대투증권 본점을 포함해 서울의 중심지역에 본점 3개를 소유한 대형 금융기관으로 변신한 것은 김 회장으로 하여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하나은행 전신인 하나투자금융 창설 멤버였던 그에게 본점 건물 자체는 하나금융그룹의 역사 그 자체다. 그리고 그 역사는 금융인 김 회장의 개인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니 당연히 본점 건물을 바라보는 김 회장의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4개 은행 릴레이 합병 등 하나금융 성장 산증인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사를 주도해온 핵심인물이자 산 증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3년간 근무한 뒤 1968년 미국으로 건너가 남가주대(USC)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졸업과 함께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창립멤버로 입사해 증권부장, 영업부장, 상무이사 등을 거쳐 1989년 전무이사로 발탁됐다.

19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된 뒤에도 줄곧 전무이사로 재직하다 1997년 은행장에 취임했으며 1998년 보람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합병은행의 초대행장으로, 2002년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합병은행의 초대행장으로 유임돼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의 설립과 함께 지주회장으로 선임됐다.

윤병철 전 회장이 하나은행 산파역이라면 김승유 회장은 제2의 도약을 주도했다. 충청은행과 보람은행, 서울은행 및 최근 외환은행과의 지분인수 등 M&A성과는 모든 김승유 회장의 작품이다. 또한 2005년 5월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증권부문을 강화하고 그룹의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적절한 의사결정을 통해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주도했으며 그 영향으로 은행장 취임 전(1996년 말) 총 자산 8조원 대에 불과한 은행을 현재 외한은행까지 포함한 총자산 366조원대의 하나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탁월한 리더십 칼같은 결단력이 성공비결
김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칼같은 결단력이 빛을 발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3년 SK네트웍스 사태 때 보여준 일처리 방식이었다. 그해 2월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SK네트웍스의 주채권은행이었던 하나은행에 큰 시련이 닥쳤다. 하나은행은 총자산의 1%에 해당하는 8291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김 회장은 주요 채권단 8개 은행으로 공동대책팀을 구성해 과거 주채권은행이 누렸던 정보의 독점과 파생되는 이익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채권단간 정보 공유와 사전사후 협조를 가능하게 해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구조조정의 기틀을 마련했던 것이다. 또한 CBO(Cash-Buy Out)이라는 구조조정 기법을 도입하는 한편, 해외 채권자와 협상을 통해서 과거 국내채권금융기관보다 월등한 대우를 받았던 해외채권단에 대해 채권자 동등대우원칙을 확립하는 쾌거를 거뒀다.

따라서 김 회장의 재임 시 하나금융그룹은 어느 때 보다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0년까지 7년 연속 유러머니(Euro Money)誌 ‘Best Private in Korea’에 선정됐고 파이낸스 아시아誌 ‘2011 대한민국 최우수은행(Best Bank in Korea)’에 선정되는 등의 영예를 안았다.

시장지향, 고객본위, 유연한 사고 등 경영철학
이 같은 실적은 CEO의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하나금융측의 전언이다. 김승유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철저하게 ‘상업적 마인드’로 무장해 우수인력들이 금융인 본연의 자세를 충실히 지키는 기업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시장지향, 고객본위, 성과주의, 실용주의, 유연한 사고로 요약된다. 기업은 살아 있는 유기체로 모든 구성요소들이 조화를 이뤄 변하는 환경에 창조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또한 당장의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하기 위한 노력을 늘 견지하고 강조해왔다. 아무리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기본이 되는 사항부터 차근히 해결하면 어떤 문제나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을 이를 바탕으로 인간중심의 경영을 지향하는데 초점을 둬 왔다.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즉 조직의 성과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로 김 회장은 평소 토론과 대화로 관계자들의 합의를 도출해 내고자 노력했다.

은행 초기 전 직원이 참여한 산행에서 김 회장이 지점 근무자인 텔러까지 10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며 대화를 나눴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이 같은 노력은 직원 하나하나가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매진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축이 됐다.

교육·마이크로크레딧사업 인생2막
김 회장이 또 하나 역점을 두는 부분은 사회공헌이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에서는 물러나지만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과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 이사장직은 그대로 수행하게 된다. 금융인으로서 인생 2막을 사회공헌과 교육사업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삶에 전념하겠다는 의미다. 김 회장은 평소 “사회공헌에 여생을 바치겠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이는 오래전부터 기업시민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소명을 실천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기 위해 그룹의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이끌어 왔던 그간의 활동상과도 연관이 있다.

김 회장의 사회공헌에 대한 깊은 관심은 하나금융이 국내 외국인 거주민 100만 시대를 맞아 다문화 사회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이중 문화와 언어를 교육하는 ‘하나 Kids Of Asia’ 프로그램과 외국어와 한국어가 병기된 도서 제작 배포 사업을 진행에 추진력을 더했다. 또한 고령사회의 고령자들의 요양 및 재활을 돕기 위해 하나금융공익재단을 통한 노인요양복지시설 건립·운영 사업을 견인했다. 그밖에도 양육문제로 인한 출산율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어린이 보육시설 건립·운영을 비롯해 금융소외계층이 자발적인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공헌의 배경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하나고등학교에 각별한 관심과 열정을 쏟는다. 사석에서도 종종 “하나고는 최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김 회장은 또한 저소득층의 창업과 취업지원을 위해 설립된 미소금융중앙재단의 이사장으로서 국내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진두지휘해 나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미소금융사업을 단순히 규모가 확대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아닌 서민의 실질적 자활 지원을 위한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으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금융외길 40년 후 남은 기간 동안의 자신의 소임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퇴임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떠난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실제로도 김 회장 역시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하나금융 조언자로 남겠다”라고 말해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승유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신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것 역시 김 회장이 여전히 하나금융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김 회장이 일단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름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는 대목이다. 명분상으로는 순조로운 승계를 이루는 명예를 얻음과 동시에 실리적으로 하나금융의 보이지 않는 실력자가 되는 셈이니 일석이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가 퇴임하는 김 회장의 인생 2막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 공로금 전액 학교와 장학재단에 기부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퇴임 후 받게 되는 특별 공로금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해 아름다운 퇴장에 향기까지 더했다. 김 회장은 “특별 공로금 지급은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얼마를 받는지도 몰랐다”며 “만약에 받는다면 학교나 장학재단 등에 모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나금융 이사회는 김 회장에게 45억원,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에게 15억원 가량의 공로금을 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세금을 뺀 실수령액은 약 30억원, 1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주주총회에 사내이사의 보수 한도를 기존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하나금융을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낸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퇴직금 규정이 없어 특별공로금이란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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