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통계청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평균 실업률은 3월중 10.9%를 기록했다. 유로가 출범하기 2년 전인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로지역 실업률이 급등한 것은 재정위기 폭풍의 한 가운데 있는 스페인과 국가부채 더미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실업률이 치솟은 탓이 크다. 3월중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스페인은 무려 24.4%였으며 특히 25세 미만 청년층 실업률은 51.1%나 됐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이자 유럽경제의 견인차인 독일의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점도 실업률 상승에 기여했다. 유럽통계청과 별개로 독일 연방노동청은 이날 4월 계절 조정 실업자가 1만9000명 늘어난 287만5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3월과 같은 6.8%였으나 실업자는 올들어 계속된 감소추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수출 주도 경제인 독일의 경우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극복했지만 지난해에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가 수출과 민간소비에 악영향을 줌에 따라 성장률이 0.2% 하락해 고용사정이 나빠졌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나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의 분석이다.일부 전문가는 독일 경제가 스태그네이션 상태이기 때문에 실업률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신규주문,구매,출하 등 제조업활동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유럽이 침체에서 탈출할 희망을 걸 수 있는 지표인 구매자관리지수(PMI)는 불행하게도 급격히 악화됐다.
영국 마키트(Markit)가 발표하는 유로존 PMI는 3월 47.7에서 지난달 45.9로 하락해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PMI가 기준치 50을 밑돈다는 것은 제조업 활동이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이터통신은 독일은 4월까지 두달 연속 제조업부문이 위축됐으며, 사정은 프랑스도 마찬 가지라고 전했다.마키트에 따르면 독일 제조업부문은 2010년 3월 이후 계속 일자리를 줄여왔다.
유럽의 지표들은 실업률 8.2%를 보인 미국이나 HSBC은행 PMI가 3월 48.3에서 4월 49.3으로 오른 중국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유럽경제에 암운을 던진다. 코메르츠방크 관계자는 “유럽 국채위기가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세계 경제에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사정 악화로 유럽중앙은행(ECB)은 3일 오후 바르셀로나에서 갖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경기부양책을 다각도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성장협약’ (growth compact)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도 있어 1% 수준인 금리를 동결하거나 성장에 대한 좀 더 신중한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ING의 마틴 반 블리엣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케인즈주의자와 긴축론자간 논쟁은 케인즈주의자의 승리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더라도 유럽 각국의 정책이 단번에 경기부양으로 선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독일이 여전히 재정긴축 완화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고, ECB 통화정책위원들중 일부는 금리동결이나 인하가 현단계 유럽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경기부양에 반론을 펴고 있는 등 경기판단과 이에 따른 정책대응방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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