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충청권의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일면서 시중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충청권에 새로 은행이 설립될 경우 이 지역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는 것은 물론 세종시 금고 유치에 큰 차질이 예상되는 때문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전시와 충남ㆍ북 등 3개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지방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충청지역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정치권에 전달해서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시중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세종시 금고 유치에 차질이 생길지 여부다. 농협ㆍ신한ㆍ우리ㆍ국민ㆍ하나 등 시중은행은 그동안 세종시 출범에 앞서 일제히 영업점을 오픈하며 세종시 금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신설되면 가뜩이나 포화 상태인 시장에 '제 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은 세종시 금고 유치에 큰 영향이 없겠지만 설립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충청ㆍ충북은행 등 이 지역의 두 개 은행이 4대 은행 두 곳으로 각각 흡수되면서 기존의 고객 및 영업망 등을 그대로 계승, 발전시켜 온 상황에서 새로운 지방은행이 생긴다고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두 은행이 각각 하나은행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으로 합병된 탓이다.
또 지방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농협은행이 새로 출범한 만큼 지방은행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충청권에서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해 현재 총 149개(시군지부 27개, 지점 66개, 출장소 56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총 87개(지점 80개, 출장소 7개), 신한은행은 총 74개(지점 60개, 출장소 14개)에 이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시중은행들의 네트워크가 폭넓게 갖춰진 상황에서 지방은행들이 생긴다고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라며 "취지는 좋지만 지방은행의 한계를 감안한 은행 신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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