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에 관한 편안한 응시를 보여주는 이 시는 매력이 있다. 무덤에 대해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경주 건천에 있는 장인의 묘소이다. 마을 사람들은 육군 철모처럼 융기한 무덤을 만들었다. 장례를 치른 뒤 비가 왔고, 유족들은 그 비에 무덤이 씻길까 걱정을 했다. 한 해가 지난 뒤 다시 갔을 때 묘는 낮아지고 편안한 반구형의 형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장인은 이승의 짐을 다 부려놓고 발을 쭉 뻗었던가. 시간은 흙이불의 높이를 낮춰준다. 그 무덤은 경주 암곡에 있는 고조할아버지의 것처럼 낮아지고 낮아져서 작은 흙더미로 편안해지리라. 죽은 사람이 썩은 현장이 아닌, 하나의 추상어로 바뀐 무덤 앞에서, 깊은 공감과 애정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여기엔 분명 삶과 죽음에 관한 상쾌한 통찰이 숨어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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