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송재학 '죽음이여 발 쭉 뻗어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처음 무덤은 물집처럼 부풀어 올라 둥글다 죽은 이가 살아남은 이만큼 슬퍼 죽음이 웅크렸기 때문이다 세월이 흙이불 낮추면 죽음은 차츰 태연해진다 나도 죽고 내 아이도 죽고 그 죽음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조차 묵묵부답이면 드디어 산은 무덤을 삼킨다 곡선이 완성된다 이제 일생은 편안해진다/생이여! 한껏 발 쭉 뻗어라

■ 죽음에 관한 편안한 응시를 보여주는 이 시는 매력이 있다. 무덤에 대해 가장 강한 인상을 받았던 것은 경주 건천에 있는 장인의 묘소이다. 마을 사람들은 육군 철모처럼 융기한 무덤을 만들었다. 장례를 치른 뒤 비가 왔고, 유족들은 그 비에 무덤이 씻길까 걱정을 했다. 한 해가 지난 뒤 다시 갔을 때 묘는 낮아지고 편안한 반구형의 형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장인은 이승의 짐을 다 부려놓고 발을 쭉 뻗었던가. 시간은 흙이불의 높이를 낮춰준다. 그 무덤은 경주 암곡에 있는 고조할아버지의 것처럼 낮아지고 낮아져서 작은 흙더미로 편안해지리라. 죽은 사람이 썩은 현장이 아닌, 하나의 추상어로 바뀐 무덤 앞에서, 깊은 공감과 애정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여기엔 분명 삶과 죽음에 관한 상쾌한 통찰이 숨어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