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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남조악부시 '화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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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생각하며 눈물 흘리네/눈물은 물시계처럼/밤낮 없이 쉬지않고 흐르네/긴 이별 견딜 수 없네/한밤 중 즐거웠던 날을 생각하며/이불을 껴안고 하염없이 우네/밤마다 그대 생각하네/바람이 불고 창가 커튼이 살랑이면/혹시 그대 반가운 걸음인가/생각하네

■ 악부시집 청상곡사에 들어있는 옛 중국 한시이다. 화산기는 마을 이름이다. 굳이 한자로 읽지 않아도 절절한 맛이 우러난다. 과장스러운 대목이 없지 않지만 사랑이란 게 원래 그런 수다스러운 면목을 가지는 거 아니던가. 오히려 그걸 점잔 빼고 에두르는 수사법이야 말로 가짜일 수도 있는 법. 그냥 흘러넘치는 대로 그려낸 언어들이 오히려 순정하고 곱다. 물시계(刻漏水)의 물이 하염없이 흐르듯 눈물이 쏟아진다. 왜? 오래 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고싶어서 언제 울어 보았던가. 눈물을 흘릴 틈도 없이 그 보고싶음이 해결되어 버리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어쩌면 재앙이 아닐까. 저 내부로 흘러나오는 감정의 분출이 생략된 사랑이 무슨 사랑이란 말인가. 이불을 껴안고 일어나 울어 보았던가. 창의 주렴이 살랑거려도 그대 오시는가 싶어 고개가 절로 돌아가는 그런 사랑을 했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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