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이시영 '서시'
거기엔 고향이 싫어서 아니라, 어머니의 품이 좋은 지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발 디디러 갔다. 아니 뭔가를 꿈꾸고 뭔가를 욕망하며 갔지만, 뒤에서 살피는 사람의 눈엔, 그저 간 것으로 보였을 지 모른다.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대목은 마음의 액자에 걸어두고 아침마다 저녁마다 떠올리고 싶은 귀절이다. 귀소(歸巢). 아아, 전화도 자주 못드리는 내 어머니!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