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반대한 대로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지분율이 높은 지배주주 측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은 국민연금을 표결로 눌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회사의 대주주와 경영자에게 경종을 울리는 효과는 제법 컸다. 삼성ㆍLGㆍ한진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도 주총에서 이사와 감사 선임이나 이사보수 한도에 관한 안건을 처리할 때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나선 국민연금의 눈치를 봐야 했다. 포스코와 대림산업은 임원의 책임한도 축소와 관련된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려다가 국민연금의 반대를 고려해 포기했다.
국민연금의 이런 변모는 상장기업의 부실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주총에 제안된 안건에 대해 찬반 표시만 하는 수동적 행동에 그치지 말고 이사나 감사를 직접 추천하는 등 능동적 행동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개선해 그 중립성ㆍ대표성ㆍ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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