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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아시아경제 신현만 전 대표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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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아시아경제신문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신현만 전 대표이사 사장이다. 부임 시절 그가 경영과 관련해 던진 몇 가지 말들은, 그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로 모자라지 않다.

지난 2010년 12월 부임해서 강조한 말은 이 정도로 요약된다. "OOO신문 공채 1기로 언론 생활을 시작했다. 사장이 아닌 기자 선배로서 책임을 지고 훌륭한 신문으로 키우겠다." 맨 처음 신 전 사장이 아시아경제신문 임직원들 앞에서 내뱉은 공언은 그야말로 스스로 책임을 지고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OOO신문'이라는 건강한 역사의식을 가진 매체의 첫 공채 기자 출신으로서 정의로움과 함께, 헤드헌팅 회사를 스스로 세워 일궈온 사람으로서 경영 노하우를 살려 한 단계 더 매체를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 취임 두 달 만에 털어놓은 우려들= 신 전 사장은 취임한지 두 달이 지나면서 대주주인 임영욱 회장의 경영 비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재무라인을 통해 들여다본 경영지표들이 너무 불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한 그의 발언엔 그 정황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임 회장이 회사 돈을 빼돌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대로 계속 두면 급여는 물론 회사의 디폴트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임 회장이 대표이사 결재를 거치지 않고 빼내가는 돈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 '막도장'을 찍어가며 빼가고 있다."

"임 회장이 재무라인을 장악하려고 한다. 내가 임 회장 마음대로 빼내가지 못하도록 막기 때문이다."

"회사의 앞날이 캄캄하다. 재무라인을 임 회장이 장악한 뒤에는 얼마나 자금을 빼돌리고 있는지, 또 얼마만큼의 지급보증을 통해 아시아경제신문에 부담을 지우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수시로 관계자들은 물론 편집국 기자들까지 불러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덧 취임 5개월여가 되자 신 전 사장은 노골적으로 임 회장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재무라인을 다시 임 회장이 장악하려고 한다면서 자금 빼돌리기 전횡이 극심하다고 털어놓았다. 편집국 데스크와 기자들 몇몇에게 이 같은 고백은 참신하면서도 충격이었다.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대주주의 전횡을 털어놓았다는 점에서 참신했으나, 열심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정진해오던 구성원들에게는 회삿돈을 쌈짓돈으로 여기는 대주주의 행적이 드러나 충격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신 전 사장은 지난해 가을 무렵 재무라인을 대주주 권한으로 넘겨준 이후 추가로 폭로 했다. "내가 자금유출을 막지 않으니 대주주가 일주일에 수 억원씩을 인출해 가고 있다. 회사 자금을 막도장도 찍지 않은 채 가져간다는 말도 들린다"며 임 회장을 본격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당장 이런 행위를 멈추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도 수시로 하고 다녔다.

◆ 퇴임 3개월도 채 안돼 말 바꾸기= 그런데 올 3월, 신 전 사장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다. 퇴임이 지난해 12월 하순이었으니 3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소위 '주주의 이익'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를 대가며 대주주의 편에 섰다. 대주주와 마주 앉아 후임 이세정 대표이사 사장이 낸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하라고 서명했다. 이 대표를 해임하자고 주장하고 서명을 이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주장하는 주주의 이익보호는 무슨 의미인가. 신 전 사장이 대주주인 임 회장에게 넘겨받은 아시아경제신문 지분 20%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정당하게 대가를 지불하고 넘겨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법정관리 과정에서 지분이 일정부분 소각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자신이 비판하던 대주주의 자금 빼돌리기 행위를 유지하는 데 동의한 셈이다. 부도 위기를 막고 자금 빼돌리기를 원천봉쇄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몇 달 만에 뒤엎은 것이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바로 자신이 지탄해 마지않던 임 회장과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이다. 사장 재임시절 그는 임 회장의 부도덕적이며 탈법적인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떠들어댔다. 'OOO신문 공채 1기 출신'을 강조한 그여서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굳이 대학 초년생 시절 OOO신문 창간을 위해 코 묻은 돈을 쾌척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입으로 OOO신문 출신임을 자랑스레 발설할 정도라면 불의에 그리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됐다.

OOO신문의 창간 정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 전 사장의 뻔뻔스런 말 바꾸기를 용납하기 어렵지 않을까. 온갖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이 순간까지 대주주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책략을 짜고 있는 임 회장과 뜻을 같이 했다는 사실에 대해,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어서겠지"하며 일단 믿어줄 것인가.

신 전 사장을 이야기 주제로 끌고 나온 것은, 그가 합리적이거나 뛰어난, 선각자적인 존재여서가 아니다. 다름 아닌 아시아경제신문의 경영난 심화과정을 CEO로서 목도해온 장본인이어서다. 대주주의 전횡을 낱낱이 봐왔으며, 이를 개탄했던 당사자여서다. 그런 그가 아시아경제신문 임직원들에게 이제는 어떤 존재가 됐는가. 신 전 사장이 어떤 궤변을 늘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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