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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이유경의 '우리의 탄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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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은 아픔 이야기하면 이월 비처럼/그대 섧게 훌쩍일 수 밖에 없으리/그건 꺾여진 우리 탄식의 마른 가지/살 깊이 병든 뼈처럼 파묻혀 있는 탓이야//그대 숨은 기쁨 이야기하며/풀꽃같이 웃다가도 이내 입다물고/저 북창 적막에 젖어 버리는 구나/해서 남는 건 젖은 우리 남루 뿐이다(……)그래 시든 풀잎 벗기며 바람 불면/우리 일없이 휘파람이나 휘날리며/언덕의 새 무덤이나 헤아려 보리/봄뜨락마다 하얗게 목련 떠오를 때도/감성의 바닥에 닿아 앓거나/각자의 창에서 더욱 떨고 있으리/우리 탄식의 마른 가지

■ 1940년생, 이 시인의 이 시가 어찌하여 지금 내 눈에 들어왔을까. 그저께 회사 사무실을 떠도는 책 한권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가슴이 뛰었다. 다시 읽기로 하고 덮은 뒤 퇴근했는데, 이 시가 보고싶어 휴일날 사무실에 나오고 싶을 지경이었다. 많은 새로운 시들이 음악의 물기가 말라버린 채, 푸석푸석한 의미와 상징들을 매만지고 있을 때, 음표를 튕기는 물방울같은 감성을 내놓는다. 그냥 눈으로 읽지 마라. 입으로 읽어라, 소리 내어. 내 숨은 아픔 이야기하면 이월 비처럼 / 그대 섧게 훌쩍일 수 밖에 없으리, 라고. 읽으면서 봄이 오는 시절의 춥고 힘들었던 기억을 섧게 따라 훌쩍여보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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