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의 실패는 실패의 준비다"
[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며칠째 꽃샘 추위다. 장롱속에 넣었던 겨울 코트를 다시 꺼내 입었다. 나무들은 여전히 가지만 앙상하다. 얼른 연노랑 새싹을 틔우고 잎이 무성한 봄이 왔으면 하고 조바심이 난다.
그러나 꼼짝 안고 서있는 나무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 그러면 그곳에 놀라운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 하나의 세상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바싹 매말라 보이는 가지 속에는 ‘겨울 눈’이 있다. 봄이 되면 잎이 되고 가지가 될 싹이다. 겨울 눈을 절단해서 보면 그 속에는 꽃, 잎, 가지가 될 부분으로 꽃눈이 분화를 마친 상태로 숨어 있다. 앙상해 보이는 가지가 새로운 꽃과 잎과 가지를 품고 있다니 어찌 경이롭지 않은가.
게다가 겨울 눈을 자세히 보면 정아(頂芽)가 있고 그 양 옆으로 측아(側芽)가 붙어 있다. 정아는 나무의 정식 후계자다. 겨울 눈 중에서 가장 크다. 측아는 정아가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후계자들인 셈이다. 나무들이 일직선으로 자라지 않고 곁가지로 자라는 것은 그 측아가 자란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나무는 또 '잠아(潛芽)'라고 해서 3차 후보군까지 만들어 놓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겨울 나무 속에는 이처럼 복잡하고 철저한 준비가 숨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거의 대부분의 나무들은 겨울 눈을 봄이 와서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난 봄이나 여름에 미리 만들어 둔다는 점이다. 즉 나무는 1년 전에 미리 다음해 봄을 준비해 놓는다는 얘기다. 봄이 되면 지천으로 피는 진달래와 개나리도 이처럼 미리 미리 준비한 덕분이다.
나무는 누가 가르쳐서 그리 하겠는가. 봄이 되어서야 눈을 만들면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다. 싹을 늦게 틔우면 햇빛을 받아 크게 자라는데 불리할 뿐만 아니라 수분을 해주는 벌이나 나비를 유혹하는데도 불리해 지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의 치열한 경쟁의 법칙에 따를뿐 따지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란 얘기다.
‘자연(自然)’이란 말의 뜻은 ‘스스로 그러하다’이지만 사실은 자연에서 원래부터 그러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다. 진달래 꽃이 붉은 것은 조금이라도 더 벌 나비의 눈에 띄어 경쟁자 보다 먼저 수분을 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꽃은 눈물겨운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그저 아름답다고 할 뿐이다.
나무도 저러할진대 우리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4.11 총선이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많은 후보 선량(善良)들이 저마다 나라와 지역을 발전시킬 적임자로 자처하며 몰려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나무라 치면 그들은 겨울 눈이다. 그들이 건강하고 튼실해야 사회도 건강하고 튼실해 진다. 달리 말하면 건강하고 튼실한 후보를 우리가 뽑아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각 당과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들이다. 그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을 보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표와 맞바꿀 것들만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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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이 어디 한 둘인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 되고 있는 나라중의 하나다.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로 인해 건강사회의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이 밖에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항생제 소비량 1위. 결핵 발생률 1위…
당내 경선을 하든 당과 당끼리 경쟁을 하던 치열하게 경쟁하라. 그리하여 유권자들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정아(頂芽)를 고를 수 있게 해달라.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봄부터 준비해온 겨울눈을 보여줘야 한다. 한갓 나뭇가지 속에도 그렇게 정밀하고 치밀하게 들어 있는 겨울눈 말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실패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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