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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펙 '해외인턴' 이러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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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박미주 기자] 해외인턴으로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다녀온 대학생 김종식(가명 27세)씨는 지난 몇개월 동안의 경험이 끔찍하다. 해외 무역관련 실질적인 업무를 배운다는 큰 기대감을 안고 비행기를 탔지만 막상 도착해서 일을 해보니 현실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 한 무역단체의 소개를 받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했다. 무역학과를 다니는 그는 무역업무 및 관련 실무를 배운다는 기대감에 차있었지만 실제로 그가 한 일은 짐나르기와 청소하기 등 단순한 잡일 뿐이었다.
업무시간도 매우 길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주일에 6일 동안,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서 늦을때는 밤 1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씨가 그렇게 일하고 한달에 받은 돈은 40만원. 시급으로 따지면 1000원대로 한국에서 차라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더 나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대도 나오지 않고 40만원의 월급이 전부라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달 수십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을 써야 했다. 김 씨는 이렇게 5개월을 일하고 최근에서야 귀국했다.

김씨는 "경쟁을 뚫고 해외에 어렵게 나갔는데 생각과 너무 다른 현실 때문에 지난 5개월이 악몽 같았다"고 고백했다.
취업을 위해 해외에 나갔던 우리나라 일부 대학생들이 현지 회사에서 상식 이하의 처우를 겪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생들은 공신력 있는 국내 기관들을 통해 나갔음에도 열악한 업무환경에서 수개월 동안 고생을 겪다가 귀국했다.

지식경제부는 국내 여러 무역 관련 단체들과 함께 지난 2009년 1월부터 글로벌 무역인력 해외인턴 사업을 실시해왔다. 글로벌 무역인력 해외인턴 사업은 취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실무 및 업무 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청년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지경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다.

지경부는 당시 대학생들과 졸업자들을 상대로 매년 1000명의 해외인턴을 선발해 외국으로 내보내 해외 경험을 쌓게 하고 향후 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3년이 지나면서 일부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취업과 경력을 미끼로 일부 현지 업체가 대학생들을 일정한 근로 기준 없이 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주로 한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인 점은 더 놀랍다.

해당 무역단체는 이를 사전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일부 실무자급에서는 이를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체 관계자는 "최근 한 학생이 애로사항을 겪고 일찍 귀국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이 업체가 그동안 평이 좋았는데 1년차 직원이 일을 좀 시켰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쪽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앞으로 학생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담당자도 이같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사업을 시행 했지만 이같은 사례는 처음 듣는다"며 "여러 무역단체와 함께 매년 1000여명의 인턴을 해외로 내보내다 보니 일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인한 결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다. 다른 한인 무역단체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다녀온 학생들이 현지 한인 식당에서 단순한 서빙일만 하루 종일 하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들렸다.

최근 동남아시아에 해외 인턴을 다녀온 또 다른 대학생 이종석(가명 28)씨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말이 잘 통하고 인건비가 매우 싸 현지 한인 업체들이 매우 선호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일부 업체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와 국내 무역 단체들이 현재 사업을 향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지 업체들의 요청에 의해 학생들을 보내기 전에 꼼꼼한 사전 조사를 통해 업체들의 옥석을 가려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역업계의 한 전문가는 "무역 1조달러 시대에 역군을 교육시켜 인재로서 역량을 갖추도록 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무역단체와 학교에서 다분히 행정편의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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