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약 대해부 <5> 中企 대책
새누리당은 지난 9일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골자로 한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고, 민주통합당도 21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은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당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부당 단가인하)'와 같은 고질적인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진출을 제한하자는 의견에 뜻을 같이 했다. 양당 모두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하도급법, 상생법 등을 개정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부터 중소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대동소이하다. 새누리당은 대형마트와 SSM의 인구 30만 명 미만 도시에 대해 5년간 신규 진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영업제한 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에서 '오후 9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의무휴업일도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 범위'에서 '매월 3일 이상 4일 이내 범위'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양당이 인식하는 문제가 같기에 해법은 당을 떠나 동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여야의 중소기업 대책에 대해 "별다른 정책적 고민도 없이 과거 정책 베끼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이미 지난해 3월 하도급법이 개정될 당시 도입된 제도다. 이번에 내놓은 공약들은 기술유출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 납품단가만 포함시켰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문제도 당시 정부의 반대로 유보한 뒤 2년 후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던 내용이다. 대형마트나 SSM 규제 방안은 2010년 11월 유통법·상생법 개정 당시 나왔으나 여야 합의로 폐기했던 것이다.
여야가 내놓은 정책이 지나친 기업 활동 제한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납품단가 조정협의권과 대형마트·SSM 규제 모두 18대 국회에서 논의할 당시 여야 스스로 문제점을 인정했던 정책들이다.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분야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설익은 정책으로 접근할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던 것이다. 무분별한 공약으로 한·EU FTA와 같은 조약에서 국제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내놓은 대책을 보면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각이 지나치게 시혜적"이라며 "중소기업을 피해자 혹은 약자로 규정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간주하면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폐기된 내용을 다시 들고 나와 '고기를 던져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4·11 총선 공약 대해부 시리즈]
① 일자리 창출 - "비정규직 줄이자" 돈없이 큰소리만…
② 세제 개편 - '1% 부자증세', 조세정의 실현할까
③ 한·미 FTA - 발효까지 22일 政爭…'反美' 얽힌 게임
④ 복지 정책 - 국민 돈 갖고 생색내는 '無償 시리즈'
⑤ 中企 대책 - 여야, 재벌개혁 입 맞췄는데…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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