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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와 숨바꼭질, 집주인들 '월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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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까지 까먹고 잇단 소송.. '연금형 부동산' 믿다가 낭패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동대문구 이문동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김성태(65,가명)씨는 요즘 집 때문에 고민이 크다. 젊은 세입자 한 명이 500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30만원을 내기로 하고 입주한 후 2년 넘도록 월세를 내지 않아서다. 대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몇 번 눈감아줬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보증금을 까먹은 지도 한참 됐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 수익형 부동산이 각광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 세입자로 인한 속앓이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일어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연금형' 부동산이라 생각하고 임대사업 했지만 만만찮은 일이 돼버렸다.
집주인 김씨는 송씨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 방문하고 전화를 했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근 최고장을 낸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기저기 수소문중이다. 임대료가 김씨 생활 자금의 대부분이어서 더욱 급한 처지다. 벌써 이런 일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서초구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김준형(36)씨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지난해 중순 동작구 상동에 위치한 빌라를 샀다. 수익형 부동산이 유망하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전용면적 20평짜리 빌라를 보증금 1000만원에 매달 80만~90만원 받기로 하고 내놨다.

첫 세입자는 아버지가 인테리어업을 하는 가족이었다. 처음에는 세입자와의 관계가 좋았다. 그는 김씨가 아들 같다며 친근히 대했다. 이에 김씨는 월수입이 꼬박꼬박 잘 들어올 줄 알았다. 2~3개월까지는 그랬다. 문제는 그 후였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월세가 반인 45만원만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세입자도 금방 월세를 넣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 달에는 아예 들어온 돈이 없었다. 다음 달에 두 달 치 월세를 한꺼번에 냈지만 그 다음 달에 또 월세를 내지 않았다.
김씨는 난처했다. 사정이 어렵다는 아버지뻘의 세입자를 독촉하기 어려웠다. 매달 월세 수익을 예상하고 들어뒀던 금융 상품에도 차질이 생겼다. 그 사이 김씨의 스트레스는 늘어만 갔다.

결국 김씨는 법무사 사무실에 명도 소송을 의뢰했다. 명도소송에 법무사 수수료, 집행비용 등으로 최소 300만원은 들었다. 나중에 보증금에서 일부 소송비를 받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김씨는 물리적·정신적으로 손해를 봤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는 정선영(46,가명)씨는 세입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7월 들어온 세입자가 9월부터 월세를 안 내기 시작했다. 월세 낼 사정이 아닌 듯해 기일을 미뤄주다 보니 벌써 올 2월이 됐다. 그 사이 나가달라고도 했지만 세입자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전화를 일부러 안 받기까지 한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보증금까지 까먹을 판이다.

불경기가 이어지며 월세체불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건설임대 전체 연도별 체납현황'을 보면 지난해 3개월 초과 임대료 체납건수는 1만5459가구로 전년보다 약 17% 증가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수익형 부동산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양질의 세입자를 맞는 것"이라며 "상가의 경우에도 은행 등의 법인, 프랜차이즈업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차인이 3달째 체임하면 바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명도 소송 절차를 밟는 것도 필요하다. 박 팀장은 "통상 보증금은 월세의 10~12배인데 1년 지나면 보증금도 다 없어진다"며 "소송기간이 2년까지 길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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