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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애칭, 부르면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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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와 ‘갈색병’을 소리 내어 읽어 보자. 분명한 차이가 느껴질 터, 그 간극에서 애칭이 생겨난다. 누구나 애칭을 알고 나면 긴 이름대신 애칭을 말한다. 이것이 애칭이 각광 받는 이유다. 매출이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경쟁이 불붙은 화장품 애칭. 부르면 어느새 그 이름이 되는 친숙한 화장품 애칭들, 누가 붙이고 누가 부르고 있나.

화장품 애칭, 부르면 이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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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따라 읽어만 보자. ‘화이트 루센트 인텐시브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 백화점에 가서 이 제품을 사야 할 때 제시해야 할 이름, 이것이 해당 제품의 공식명이다. 그러나 누구도 제품 이름을 줄줄 꿰어 백화점에 가지는 않는다. 어째서 이렇게 화장품 이름은 다 어려운 것인가.
“도저히 한 번에 제대로 읽기도 힘든 어려움 이름이다. 이렇게 제품명이 어렵게 지어지는 것이 나 또한 신기해서 어느 날 연구원에게 물어봤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품에 기능을 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화이트닝 제품이면 ‘스팟’ ‘안티 스팟’ ‘멜라닌’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것이 화이트닝이라는 걸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하이드로’가 들어가면 피부에 수분을 채워주는 제품이라고 소비자가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현정 한국 시세이도 홍보팀 대리의 말이다. 이렇게 붙여진 이름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그 명칭 그대로 불린다. 이름이 말해주는 제품 효능은 좋은 의도다. 다만, 이 이름이 쉽게 와 닿지 않는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기능보단 장식에 가까운 이름일 뿐이다.

이렇게 어려운 이름 일색일 때, ‘갈색병’이 등장했다. 에스티로더의 대표 상품이라고 할 갈색병의 이름은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다. 지금은 본래 명칭 대신 누구나 갈색병이라고 호명한다. 이러한 갈색병 애칭 덕에 시중 화장품들이 빨간병, 녹색병 등 제품 특징에 따른 색깔별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갈색병은 브랜드에서 의도해 붙인 애칭이다. 그러나 이후의 녹색병, 빨간병과 같은 애칭들은 단지 부르기 쉽다는 이유로 어딘가 누군가에서부터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 이효리를 필두로 한 클리오 '젤플라이 아이즈'

▲ 이효리를 필두로 한 클리오 '젤플라이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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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고현정 크림이라거나 이효리 마스카라처럼 유명 연예인 이름이 붙은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아이오페에서는 모델 고소영을 필두로 ‘소영 핑크 립스틱’을 내놓기도 했다. 정혜진 아이오페 브랜드 매니저 팀장은 “굳이 컬러 넘버를 알지 못해도 ‘고소영 립스틱’ 이라는 애칭으로 고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있는 제품으로 그녀 이름의 ‘So Young'이란 영문의 중의적 의미까지 부여했다”고 언급했다. 브랜드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이름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쉬운 애칭은 백화점에서도 유용하다. 제품 옆에 애칭을 함께 비치하면서 사람들이 한눈에 제품을 알아볼 수 있게 한 것도 제품 애칭의 기여도를 짐작할만한 일이다. 이렇게 쉬운 이름은 좀 더 빨리 각인되고 더 쉽게 제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바비브라운의 ‘물광 파운데이션’이라고 하면 방금 세수하고 물기가 남아 있는 듯 반들거리는 피부 표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세이도의 ‘10일 세럼’은 해당 세럼을 사용했을 때 그 효과를 10일이면 느낄 수 있다는 효과를 말해주는 이름이다. 이렇게 그 제품이 지닌 특징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게 애칭의 힘이다.

최근의 이러한 애칭 바람은 브랜드에서도 제품 홍보를 위해 고심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애칭은 홍보 담당자나 마케팅 담당자 한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주로 광고대행사와 긴밀한 논의를 거치는데 때로는 사내 공모전을 통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자사에서는 출시 전에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했었다. 공모된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고, 쉽게 와 닿는 것을 선정해 이름 붙이는 식이다.”라고 전현경 한국 시세이도 홍보팀 대리는 말한다.

▲ 물광 파운데이션으로 알려진 바비브라운 루미너스 모이스춰라이징 파운데이션

▲ 물광 파운데이션으로 알려진 바비브라운 루미너스 모이스춰라이징 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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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을 붙이는 것도 갈수록 치열해졌다. 브랜드마다 화이트닝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2~3월이면 보이지 않는 애칭 경쟁이 붙는다. 강렬하게 한 번에 와 닿으면서 쉬운 애칭을 붙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빨리 좋은 아이디어를 선점해야 한다. 이러한 애칭은 크게 제품 특징이나 모양, 효능 등에 착안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은 제품이 갈색병에 들어 있어 그러한 애칭으로 불리는 경우다. 키엘이 선보인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도 ‘투명 에센스’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것은 제품이 투명하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름처럼 투명한 제품은 인공 향과 색소, 실리콘 등을 함유하지 않은 순한 제품이라는 것을 연상하게 하면서 그 모양과 기능을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모델 이름을 차용한 아이오페 고소영처럼 이효리를 필두로 한 클리오의 경우도 ‘이효리 아이라이너’, ‘이효리 메이크업’이란 애칭으로 톡톡히 효과를 봤다. ‘아이라인 종결자’ ‘이효리 만개녀’란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제품 매출이 향상했고 2012년 전속 계약을 연장했다.

10일 세럼이라 불리는 시세이도 제품은 최근 CGV 영화관에서는 광고를 상영하고 있다. 배우 최지우가 등장하는 광고의 카피는 “10일 세럼을 경험하세요”다. 만일 애칭이 없었다면 이렇게 간명한 카피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애칭이 제품 이름을 대체해가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다.

▲ 투명 에센스로 알려진 키엘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

▲ 투명 에센스로 알려진 키엘 클리얼리 코렉티브 다크 스팟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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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화장품 애칭에 익숙해지면서 애칭이 없으면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 반대급부적 상황도 생겨난다. 때문에 브랜드는 한 가지 라인에 한 개, 많아야 두 개 제품에만 애칭을 부여해 홍보에 주력한다. 너무 많아지면 더 이상 애칭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상, 붐이 되어 버린 화장품 애칭의 이면에는 최근 마케팅 툴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특히 SNS를 필두로 한 친숙한 커뮤니케이션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한 친숙한 커뮤니케이션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애칭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전문가 말이다.
어렵게 말하면 기억되지 않는다. 쉽게, 더 또렷하게. 화장품 성분은 갈수록 복잡해지는데 이름은 쉬워 진다. 소비자들은 범람하는 애칭 사이로 좋은 제품을 고르는 안목은 더 예리해져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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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애칭 화장품들

국민 마스크 : 스킨푸드에서 2004년 출시한 제품으로 스킨푸드 단일 제품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11년 9월에는 누적판매 300만개 이상을 돌파했고, 이를 기념해 200g 대용량 제품을 한정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결식아동 돕기에 활용하기도 했다. 국민 마스크는 블로거와 뷰티 커뮤니티 사이에서 자연스레 붙여진 애칭이다. 실제 이름은 ‘블랙슈가 마스크 워시오프’로 묵은 각질과 블랙헤드를 제거해주는 제품이다.
▲ 좌측부터 국민 마스크, 10일 세럼, 멜라닌 지우개

▲ 좌측부터 국민 마스크, 10일 세럼, 멜라닌 지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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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세럼 : ‘화이트 루센트 인텐시브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가 제품명이다. 열흘 후부터, 잡티가 사라지는 피부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에서 10일 세럼이 애칭이다. 실제 아시아 여성 108명을 테스트한 결과, 80% 이상이 10일 후부터 눈에 띄는 피부개선을 경험했다고 전해진다.

멜라닌 지우개 : 정식 이름은 ‘이븐 베터 크리니컬 다크 스팟 코렉터’다. 전 세계에서 11초에 1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자외선의 의한 피부 손상, 유해 환경 요소, 과거의 트러블자국으로 인해 생긴 다크 스팟, 검버섯, 피부 변색의 흔적을 지워주고 균일한 피부로 회복시켜 준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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