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소형주택 50% 의무' 재건축 계획에 개포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으나 이면에는 웃는 이들도 적잖다. 바로 개포주공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다.
김씨처럼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서울 도심의 전세살이가 연장된 세입자들은 적잖다. 개포주공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의 80%가 세입자다. 재건축 대상인 개포주공1·2·3·4단지와 개포시영은 총 1만2410가구에 달한다. 이중 80%인 1만가구 정도가 세입자라는 얘기다.
도심 출퇴근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특히 이들 단지에 세 들어 사는 이유는 아파트 전셋값이 인근의 새 아파트 같은 면적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6㎡의 전셋값은 현재 8500만원 정도. 비슷한 크기의 개포동의 대치2단지 전용면적 33㎡의 전세가격이 1억5000만원선임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개포주공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들은 소형만 많이 지을 바에는 차라리 재건축을 안 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다. 개포주공아파트의 대다수는 65㎡ 이하의 소형 주택이다.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총 5040가구 중 전용면적 10평 초반대인 44.29㎡와 36.19㎡가 절반을 넘는다. 강남구 개포주공 재건축 조합원들은 2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개포주공 세입자들은 시간과 돈을 벌었다. 의도했든 안했든 박원순 시장이 고마운 이유다.
그러나 주택 대량공급시대의 유산인 노후된 저층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언제까지나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도 딜레마다.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당위성과 바람직한 재건축 모델 찾기가 혼재되면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선 조합원과 세입자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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