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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 '그림자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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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인도와 조지아(그루지야)에서 이스라엘 외교관을 상대로 폭탄 테러가 시도된 데 이어,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도 이란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폭탄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그림자 전쟁(국가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벌이는 전쟁)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콕의 폭탄 폭발사건을 조사한 태국 경찰은 테러 공격을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란을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란에서는 자신들은 무관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가 그동안 이스라엘에서 이란을 상대로 벌여왔던 그림자 전쟁에 대해 똑같은 방식으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 최근에 사망한 최소 4명 이상의 이란의 핵과학자가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의하거나, 사주를 받은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1일 나탄즈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의 책임자인 무스타마 아마디 로샨(32)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아침 출근길에 폭탄 테러 공격을 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는 의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일관되게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이란 내 군사기지 및 핵관련 시설에서도 여러 차례 폭발 사고사고에도 이스라엘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은 이들 사고로 군 장성을 비롯해 수십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인도, 그루지야, 태국 등에서 벌어진 일련의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해 자신들은 무관하며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방은 아직까지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이란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시내에서 벌어진 폭탄 폭발 사고와 관련해 추가로 2명의 이란인을 체포했으며, 인도 경찰은 이스라엘 외교차량에 가해진 폭탄 테러가 이란의 핵과학자 아마디 로샨이 당했던 방식과 거의 똑같이 오토바이를 탄 테러범이 차량에 다가와 자석식 폭탄을 부착했던 점에 주목해,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 같은 방식으로 그림자 전쟁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 하더라도 직접 나선 것인지, 아니면 헤즈볼라 등의 단체를 내세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에 이란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자신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헤즈볼라 등의 손을 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경우에는 이란이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이란내 강경파로 알려진 혁명수비대의 특수부대 QADS를 통해 직접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음모론도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이스라엘이 이란의 외교관계를 파탄내기 위해서 이번 폭탄 테러를 배후조종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인도가 이란의 주요한 원유 수입처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란과 인도 사이 외교관계까지 악화되는 것은 이란으로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결국 테러로 이란이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3건의 폭탄테러가 상대적으로 미숙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 살상에 목적을 둔 공격이라기 보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근무했던 앤서니 코데스만 국제전략연구소(CSIS) 연구원은 "모든 행위자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영향을 미치면서 점점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그림자 전쟁으로 상황이 더욱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옥스포드 대학의 파르한 자한푸르는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서로가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측 사이에 갈등이 격해질 경우,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는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 역시 그림자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일단 '그림자 전쟁'으로 갈등상황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미국-이란-이스라엘 모두 더 큰 충돌로 이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태가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914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사라예보에서 암살됨으로써 1차 대전이 발발했던 것 같은 일들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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