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안과 법무부 최종안의 차이를 보면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이다. 상법에서 규정한 변호사, 법학교수 외에 기존 입법예고안에서는 법률전공자로서 최소 5년 이상의 근무경력이 필요했지만 최종안에서는 최소학력요건을 폐지하여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경력만 갖추면 준법지원인이 될 수 있게 문을 넓혔다.
최종안까지 나온 이상 준법지원인제도와 관련한 이견이 줄어들 만도 하지만 최근에는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에는 내용상의 문제가 아닌 입법절차상 하자다. 행정규제기본법 10조에 따르면 규제가 신설되거나 강화될 경우 법제처 심사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상법 시행령은 규제심사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제처로 바로 넘어갔다.
해당부처인 법무부는 민법과 상법은 국민의 일반적인 생활을 규율하는 법이므로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중에서도 사단법인 관련 규제 내용이 규개위에 규제로 등록된 사례가 있는 만큼 법무부의 주장은 맞지 않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판단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개혁 심사를 받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당초 경제계는 준법지원인제도가 기업현실과 맞지 않은 중복규제이고 기업 자율에 맡길 사항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준법지원인제도 도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본 결과 기업의 54.3%가 기업자율에 맡길 사항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고 49.5%는 법률개정을 통해 준법지원인 의무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준법통제기준과 준법지원인 고용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기업에는 이미 감사(위원회), 내부회계관리제도, 사외이사 등 많은 내부통제장치가 도입돼 있다. 준법통제기준과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준법경영에 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이다. 같은 조사에서 기업의 59.7%는 준법지원인제도가 준법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될 것으로 지적했고 그 이유로는 81.4%가 현재의 감사ㆍ법률부서 등으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제 법이 시행되는 4월까지 두 달 남았다. 이번 준법지원인 관련 제도의 도입이 단순히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불만을 야기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준법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절실하다.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제도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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