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타가 개발했다는 마불산의 내력은 슬픈 일화를 품고 있다. '麻沸散'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불(沸)을 마비시키는 가루약' 정도가 된다. 여기에서 '불(沸)'은 화타의 아들 이름이라고 한다. 화타는 당시의 여느 의사와 마찬가지로 산에 가서 직접 약초를 캐어 약재로 활용했다. 그날도 그는 아내와 함께 아들 불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 약재를 채취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한창 약재를 캐고 있는데 잘 놀고 있던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이리저리 아이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고 아이의 입에는 어떤 열매가 물려 있었다. 그 후 화타는 이 열매를 집중 연구했고 열매의 적당량을 사용하면 마취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그는 이 열매를 기초로 세계 최초의 수술용 마취제를 발명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마비시킨 약 이름이 현재까지 전해진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그룹은 최근 하나오카의 마취술과 관련이 깊은 마약고(麻藥考)라는 서적을 입수해 검토했다. 이 책의 서문은 1796년에 씌어졌으며 우리는 서문 작성 이전에 수많은 마취 경험과 수술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특히 하나오카 세이슈가 모셨던 스승 대에서부터 마취제가 나와 수많은 사람에게 외과수술을 거행했음을 확인했다. 이 자료가 놀라운 것은 마취에 관련된 이 모든 내용이 인공 화학 조합물이 아니라 천연 한약 약재들의 조합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며 소개된 마취제 대부분이 오랜 기간 동안의 임상 결과물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천연자원에서 유래한 약물 개발이 대세를 이룸에 따라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와 같은 자연자원 보호나 관련 특허를 다루는 국제기구는 생물자원이나 전통지식에 대한 지적 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우리도 개발 가능성이 높은 우리의 자연자원이나 관련 전통지식을 추리고 찾아내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방대한 자료는 도서관 서가의 장식물이나 고답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만 한다면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아주고 신약 개발의 지름길을 일러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민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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