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투자도 위축 예상
재계 전반에 영향 미칠 듯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29일 새벽 검찰에 구속되면서 SK그룹 내부는 이번 사태가 최태원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된 직후 SK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영장청구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기를 기대했는데 결국 구속으로 결정돼 안타깝다"며 "그룹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최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당한 경영공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그룹으로서는 지난 2002년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무엇보다 최 부회장이 올해 초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G&G(Global & Growth) 조직을 이끌고 있었던터라 그동안 추진해 온 해외 프로젝트와 사업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에서 단독으로 수주한 1900만달러(약 200억원) 규모의 플랜트 통신 사업을 비롯해 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가스플랜트 공사, 태국의 가스압축 플랜트 공사 등 토목과 건설, 통신 분야의 융·복합 프로젝트들이 그동안 진행돼 온 주요 사업들이다.
SK는 또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물론 현재 추진중인 각종 신사업에 있어서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수가 확정된 하이닉스반도체 투자 역시 차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SK 관계자는 "정유와 통신 등 양대 축의 성장세가 더뎌지자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이라며 "반도체산업의 특성상 오너의 통 큰 결단과 막대한 자금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최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놓게 되면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에 이어 최 회장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될 경우 그룹 경영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바 있는 최 회장이 또 다시 사법처리될 경우 경영 공백은 물론 SK의 대외신인도 추락 등 다시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신원 SKC 회장 형제와의 분가설까지 제기되는 등 그룹 경영체제에 있어서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최고 의사결정권자 두 명이 모두 검찰 수사에 연루가 돼 있다는 사실은 SK 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도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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