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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정권 "기운 센 천하장사로 돌아온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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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박정권 "기운 센 천하장사로 돌아온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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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말도 안 되는 시즌이었다.”

박정권(SK)에게 2011년은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개인과 팀 성적 모두 내리막을 걸었다. 정규시즌 122경기에서 남긴 타율은 2할5푼2리. 지난해 3할6리에 비해 무려 5푼4리가 떨어졌다. 2할6푼대를 넘지 못한 건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울상은 평균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그는 처음으로 450타수(453) 이상의 기회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안타(114), 득점(54), 홈런(13), 타점(53), 도루(9) 등의 수치는 모두 나아지지 않았다. 볼넷도 42개로 지난해보다 21개 더 적었다.
최근 연봉협상에서 고배를 마신 건 당연했다. SK 구단은 22일 “박정권과 500만 원 깎인 1억 9500만 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사실 떨어진 성적에 비해 삭감 폭은 크지 않다. 액수를 최소화한 건 포스트시즌 맹활약 덕이 크다.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답게 11타석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을 올리며 생애 두 번째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한국시리즈에서 그는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팀이 삼성에 1승 4패로 무너지며 우승을 헌납한 까닭이다. 타선의 중심을 책임졌던 박정권의 아쉬움은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SK가 5경기에서 올린 총 점수는 7점에 불과했다.

2012시즌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박정권은 최근 끝난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마무리 캠프에서 이만수 감독의 제안으로 주장에 선임됐다. 사실 선봉은 낯선 자리가 아니다. 박정권은 올해 프로야구선수협의회 SK 선수단의 대표로 활동했다. 적극적인 의사 표현은 물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자주 선보였다. 이 때문에 그는 그간 선수들 사이에서 주장의 적임자로 거론돼왔다.

이로써 박정권의 내년 목표는 세 가지가 됐다. 선수단의 효율적인 통솔과 개인 성적 회복, 그리고 팀의 우승이다. 만만해 보이는 과제는 하나도 없다. 최근 SK는 이만수 감독 체제 아래 ‘자율야구’로 탈바꿈했다. 2012시즌은 과도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불펜의 주축이던 정대현, 이승호 등은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개인 성적 상승에 대한 걸림돌도 다르지 않다. 박정권은 올해 부진에 대해 “욕심과 부담이 컸다”라고 요약했다. 추락한 수치로 2012시즌을 향한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더 큰 욕심에 대한 우려를 자아낼 수 있다. 여기에 주장 등을 맡아 가중될 부담은 덤이다. 집중력을 충분히 흐트러트릴 수 있는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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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박정권은 덤덤했다. 온갖 우려의 시선에 특유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거듭 강조했다.

“SK는 여전히 강하다. 올해는 나나 팀 모두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그가 내다보는 2012시즌의 박정권과 SK는 어떤 모습일까. 자가용 핸들을 잡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다음은 박정권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지난해까지 기록한 꾸준한 상승세가 올해 다소 주춤했다.

박정권(이하 박) 욕심과 부담 속에 타격 폼이 무너졌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벤치에선 그렇지 않았는데 타석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다.

스투 타격 자세에 변화를 자주 가했나.

그렇다. 내 폼을 고수하면 되는데 저조한 성적이 적잖게 의식됐다.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그 패턴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더라. 새 자세를 적용한 당일 경기의 성적이 늘 괜찮았다. 변화를 가해 얻은 결과는 아니었다. 이후 경기에서 계속 성적이 떨어졌으니까. 나만의 자세를 끝까지 유지했다면 분명 결과는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스투 자세를 회복하는데도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시즌 중반 타격 폼을 거의 잃어버렸다. 지난 9월 비디오를 통한 자체 전력분석에서 화들짝 놀랄 정도였다. 한 경기에서 두 가지 이상의 타격 자세를 취하더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줄은 몰랐다.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극복도 쉽지 않았고.

스투 정규시즌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는 11타석 연속 출루 기록을 세우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주위에서 “가을만 되면 왜 이렇게 잘하느냐”라고 많이 묻는다. 솔직히 내놓을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다. 타석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다들 긴장이 되어야 정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다. 오히려 정규시즌이 긴장의 연속과 같이 다가온다. 포스트시즌 때와 같이 정규시즌을 소화했다면 아마 타격 상위권에 모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돈도 더 많이 벌었을 테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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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포스트시즌에서의 기분을 보다 상세하게 듣고 싶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상쾌함’이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관중과 많은 기자들이 운집한 상황이 마냥 즐겁다. 긴장은커녕 경기를 즐기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삼진을 당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무대 체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타석에서 집중력이 더 잘 발휘되는 것 같다.

스투 그간 가을무대에서 한 번도 긴장을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나.

물론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규시즌이 더 떨리고 긴장된다. 원래 기록에 신경을 기울이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툴툴 털어내지 못하는 성격인데다 초반 성적이 좋지 못하다보니 스스로를 부진으로 끌고 가고 말았다. 문제는 ‘무엇이 잘못된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부진한 경기는 잊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데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다소 과하게 했다. 돌이켜보면 그 점이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스투 올해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많아 보인다.

말도 안 되는 시즌이었다. 내 자신이 어이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못 쳐도 이렇게 못 칠 수는 없었다. 나중에는 화도 나지 않더라. ‘이게 뭐야’라고 몇 번 생각하고 나니 시즌이 끝나버렸다. 허무하다고나 할까.

스투 지난해 처음으로 3할 타율(.306)에 진입했다. 올 시즌을 맞는 자세가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욕심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가장 신경을 곤두서게 한 건 3할 타율 유지였다. 2할9푼과 3할 사이를 맴도는 타율이 얼마나 짜증났는지 모른다. 그 늪을 벗어나려다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런 상태가 6월부터 4개월가량 계속됐다.

스투 계속됐던 슬럼프가 어떻게 가을야구에서 뚝 끊어질 수 있었나.

타율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복잡했던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던 것 같다. 솔직히 내 자신이 신기할 때가 가끔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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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내년에는 타석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 같은데.

부진을 거듭해도 타격 자세를 바꾸지 않을 거다. 내 자신도 그만 괴롭히고. 133경기를 치르는 정규시즌에서는 채찍보다 위로가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스투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미스터 옥토버’ 등의 별명이 생겼을 만큼 그간 가을야구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시즌 경기를 하나 꼽는다면.

2009년 KIA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다. 우승은 놓쳤지만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흥분을 안고 경기를 치러냈다. 그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도 빼놓을 수 없다. 정말 피 튀기는 혈전이었다.

스투 그해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4회초만 해도 분위기는 우리 쪽이었다. 무사 1루에서 KIA 선발 릭 구톰슨으로부터 내가 2점 홈런을 때렸기 때문이다. 당시 손맛을 아직도 기억한다. 배트에 제대로 찍힌 타구였다. 쭉 뻗어나간 공이 파울라인 밖으로 나갈듯 하다 오른쪽 바람의 영향을 받아 폴대를 맞고 떨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스투 그러나 9회말 채병용이 나지완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5-6으로 패했다.

공을 받아친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게 끝내기 아치인 줄은 몰랐다. ‘넘어갔네’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내 자리로 향하는데 갑자기 KIA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왜 이렇게 좋아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경기가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코어를 확인하지 못했을 만큼 순간순간 집중력을 발휘했던 경기였다. 그 때문인지 아쉬움은 없었다. 그냥 담담했다. ‘빨리 집에 가야지’라는 생각에 바로 짐을 챙겼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닐 것이다. 팀 동료들의 얼굴에서 후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스투 지난해와 올해는 어떠했나.

솔직히 지난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는 즐길 틈도 없이 끝나버렸다. 심심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올해는 정반대였다. 삼성에 무기력하게 한국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힘을 써볼 겨를도 없이 패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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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전주고 후배인 최형우(삼성)와 자주 비교됐는데.

라이벌 의식 같은 건 없다. 그저 ‘빨리 쫓아가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솔직히 누구를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가야할 길만 묵묵히 걸어간다.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러했다. 누가 무언가를 했다고 해서 따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아닐까.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스투 SK는 올해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수, 코칭스태프 등 모든 구성원들이 열심히 해 준 덕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스투 함께 위업을 세웠던 정대현, 이승호 등이 최근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개개인마다 사정이 있을 거다. 그들의 판단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서운하진 않다. 어쩌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이곳은 프로이니까. 최근 박경완 선배가 두 선수의 행보에 대해 “잘한 일이다”라고 밝힌 기사를 접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나 역시 선배와 같은 생각이다. 대현이 형과는 최근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추진하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그대로 이뤄내는 줄 알았다. 승호는 ‘다른 구단으로 갈 것 같다’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어 이적 소식을 듣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두 선수와의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솥밥을 먹던 동료가 상대 투수로 변한 상황이 너무 재미있다.

스투 최근 SK는 이만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다른 색깔의 팀으로 변했다.

많이 바뀌긴 했다. 마무리훈련을 위해 미국 플로리다를 찾았을 때 단번에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이전처럼 신인들을 돕고 내 훈련을 하면 그만이었다. 나처럼 모두 금세 적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왜 공부도 그렇지 않은가. 다른 방법을 적용한다고 해서 성적이 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팀 동료 모두 야구에 목숨을 거는 친구들이다. 새 분위기에 잘 적응해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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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마무리훈련에서 경험한 이만수 감독의 ‘자율야구’는 어떠했나.

연습량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득이 될 여지는 충분해 보였다. 짧은 시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고 개인 훈련의 시간을 덤으로 확보했다. 적응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시차적응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스투 초반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선수들이 줄어든 연습량에 적응하지 못해 다소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모두 며칠이 지나니까 스스로 필요한 훈련을 찾아 소화해냈다. 정착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그 착오마저 나중에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스투 자율적인 훈련 시스템이 당신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프로에서 중요한 건 단체훈련이 아니다. 개인훈련이다. 선수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절실함이다. 좁디좁은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갈고닦아야 할지 선수들 스스로가 깨우쳐야 한다.

스투 조금 멀리 내다보면 막 데뷔한 신인들의 적응 여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마무리훈련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아마추어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선배들이 깨우쳐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자율 훈련’이라는 양날의 검을 보다 효과적으로 휘두를 수 있다.

스투 이 같은 과도기에 주장을 맡게 됐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부담은 없다. 나이로 따지면 준고참에 해당된다. 경험 많은 선배들이 많아 관리할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베테랑들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 문제는 후배들인데 특별한 처방을 쓰진 않을 것이다. 묵묵히 먼저 발을 내딛는다면 팀 내 투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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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주장을 맡은 뒤 선배들에게 따로 도움을 구한 적은 없나.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도와주려고 한다. 이는 후배들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미팅을 가져도 특별히 꺼낼 이야기가 없다. 앞으로 선수단을 묵묵히 지켜볼 생각이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요란을 떠는 것만이 주장의 모습은 아닐 테니까.

스투 이만수 감독과의 호흡은 어떠한가.

책임을 선수 쪽에 많이 두신다. 그것을 진정한 자율 야구라고 여기신다. 자율은 책임의식이 깔린 밑바탕에서만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런 방향성을 선수들에게 강조해 정신을 차리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스투 주장을 맡은 뒤 이만수 감독과 대화를 자주 나눴나.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주장을 맡을 때도 그랬다. “네가 맡아야 할 것 같다. 고생 좀 하자”라고 건넨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며 긴 설명을 늘어놓는 분이 아니다. 필요한 이야기만 간단명료하게 하신다.

스투 마무리훈련에서 인스트럭터로 합류한 톰 프랫과 데지 윌슨 코치는 어떠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국내 코치처럼 선수 옆에 바싹 붙어 조언을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실 타격을 담당한 윌슨 코치의 지도는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조금만 잘 쳐도 칭찬을 해준 까닭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미국 야구’라고 해서 스케일이 남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국내에서 배운 프로그램을 거의 그대로 소화한 것 같다. 더구나 윌슨 코치는 2m가 넘는 거구인데도 크게 휘두르는 배팅을 선호하지 않았다. 짧게 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왼쪽 타구를 날리는 연습만 하고 돌아왔다.

스투 마무리훈련을 소화하고 이전 기량을 많이 되찾았나.

잘 모르겠다. 윌슨 코치에게 들었는데 이제 메이저리그는 카림 가르시아와 같이 한 방을 노리는 유형의 타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더라. 그가 “너는 딱 봐도 힘이 있어 보인다”라며 짧게 치는 연습만 시켰는데 솔직히 개운한 맛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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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래도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마무리훈련의 목적은 회복에 있다. 그 부분만 생각하면 잘 된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 좋았다. 김성근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는 많은 연습량으로 근육을 키울 시간이 거의 없었다. 올 시즌 힘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은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마무리훈련을 다녀온 뒤로 이런 걱정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최근에도 문학구장에서 매일 몸을 만들고 있다.

스투 근력 저하가 올 시즌 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아무래도 체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올 시즌 타석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자주 어려움을 겪었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집중력도 생기게 마련이다. 슬럼프가 먼저인지 체력 저하가 먼저인진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게 웨이트 트레이닝이 중요한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스투 수영을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인가.

그렇다. 근력 강화와 유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최근 꾸준하게 소화하고 있다. 생각보다 힘들더라. 25m 완주도 아직 어렵게 느껴진다. 폐가 터질 것만 같다.

스투 오프시즌에도 몸을 단련하는 까닭에 가정에 다소 소홀할 것 같은데.

그래서 최근 아내와 인도네시아 발리로 3박 5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라도 만회를 해야만 한다(웃음).

스투 아역 출신인 아내를 어떻게 만났나.

아는 친구의 주선으로 마련된 술자리에서 조우했다. 첫눈에 반했다. 마음에 들어 바로 호감을 표시했고 이후 연락을 주고받다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됐다. 특별한 러브 스토리는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만나 여기까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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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아내의 “높은 볼은 건드리지마”, “건방 떨지마” 등의 어록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남의 눈치를 봐야하고 설사 실수라도 저지르면 불통을 맞을 수 있어서. 더구나 올해는 남편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그저 묵묵히 지켜봐줬다. 집에서 거의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포기를 한 건지 미안해서 그런 건진 잘 모르겠다(웃음).

스투 지난해까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했나.

솔직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사가 나간 뒤에도) 웃으며 장난을 치고 말았다. 아내도 큰 의미를 담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투 홈경기 타석에 설 때마다 관중석에서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으로 시작하는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귓가에 울릴 때마다 어떤 기분이 드나.

아주 마음에 드는 노래다. 타석에서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집중력도 높여주고. “기운 센”이라는 구절만 들리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는 것 같다. 부상을 당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스투 1루수와 우익수를 함께 병행한다. 이 가운데 선호하는 위치를 하나 꼽는다면.

두 포지션 모두 소화에 큰 어려움이 없다. 굳이 하나를 택하라면 1루 수비다. 2% 더 몸에 맞는 것 같다. 사실 이보다 고정적인 배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지션을 하나만 소화하면 아무래도 타격에 더 도움이 된다. 병행을 멀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팀 사정이 불가피하면 묵묵히 소화해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팀은 나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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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간 가을야구, 2005년 야구월드컵 등 단기전에서 꽤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마크를 달 만한 성적을 남겼는데 선발되지 않았다면 분명 서운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리그에 즐비하다. 그래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더구나 국가대표팀은 정확한 틀을 요구한다. 그간 수비, 공격, 장타 가운데 한 군데서도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적도 없었고. 포스트시즌 성적만을 놓고 선발되는 데는 아직까지 위험부담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투 얼마 남지 않은 스프링캠프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타격과 체력 증진이다. 일단 밀어치는 연습을 많이 할 계획이다. 올 시즌 몸 쪽 승부의 기회가 거의 없었다. 바깥쪽 공을 주로 상대했는데 알고 놓친 경우가 허다했다. 나도 모르게 스윙이 커졌던 것 같다. 타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볼을 보고 치는 일이다. 그걸 더 잘 해낼 것이다. 이런저런 고민 없이 나만의 자세를 유지하고 배트를 휘두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 확신한다.

스투 내년이면 31살이 된다. 프로에 입문하며 세웠던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나.

100m 달리기라면 이제 막 30m 지점을 통과했다.

스투 나이만 놓고 보면 완주까지 절반가량을 달려왔는데.

아직 목표에 조금도 다가서지 못한 셈이다. 포스트시즌을 제외하면 그간 상위클래스에 이름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골든글러브는커녕 변변한 타이틀 하나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 30m밖에 오지 못한 것 같다. 내년 목표는 20m 이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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