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마이 웨이'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강제규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 적이 없다. 그의 영화에서 항상 발견되는 넘치는 '과잉(過剩)'이 싫었다. 한국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시작점 '은행나무 침대'(1996)를 필두로 남ㆍ북한을 주요 소재로 끌어온 '쉬리'(1998)와 '태극기 휘날리며'(2003)까지 강제규 감독 영화들의 정서는 언제나 '신파' 목표의 과잉 감동이었다. 여기에 민족성과 스펙터클이 추가됐다. 아직도 회자되는 '쉬리'의 도심 총격 장면과 '태극기 휘날리며'의 대규모 전투 장면들이 그 좋은 예다. 당시로는 최고인 전국 620만 명 관객의 '쉬리'에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한국 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올렸다. 그렇게 강제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 블록버스터의 제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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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시간이 흘렀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을 기반으로 할리우드를 노크하던 강제규 감독이 영화 '마이웨이 My Way'(제작 디렉터스)로 충무로에 복귀했다. '마이 웨이'는 강제규 감독 15년 필모그래피의 모든 것을 정리한다. 280억 원이라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제작비, 역대 최대 물량 등 온통 '최대'라는 이름으로 가득한 '마이 웨이'는 강제규의 확장 전략, 그 완결편 격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일단 줄거리가 그렇다. 좁은 한반도를 탈출해 중국, 소련에 유럽까지 로케이션이 확장됐다. '마이 웨이'는 1941년 일제 강점기 시절, 마라톤 선수의 삶을 살고 싶었던 두 청년 김준식(장동건 분)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 분)가 중국, 소련, 독일, 프랑스 노르망디 등 12000km의 전장을 거치며 국적을 초월한 인간적인 교감을 나눈다는 줄거리다. 장동건과 오다리기 조 외에도 중국의 판빙빙까지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됐다. 물론 한국 외에 일본과 중국 시장까지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다. 흥행 판은 확실히 깔렸다.
다행스럽게도 '마이 웨이'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스펙터클을 선보인다. 러시아와 일본의 노몬한 전투와 2차 세계대전의 독일ㆍ러시아 전투에 이어 노르망디 전투의 충실한 재연으로 정점을 찍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할리우드와의 직접적 비교를 피할 수 없었던 '마이 웨이'는 창의성 대신 효과적인 벤치 마킹의 전략을 택한 것 같다. 단순한 내러티브와 단선적 캐릭터 등 약점도 여럿 발견되지만, 클리셰의 효과적 재단과 스펙터클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 일정 부분 신파를 조절한 멜로 드라마로 가닥을 잡은 것도 꽤나 영리한 선택이다. 강제규의 도전과 실험은 일단은 성공으로 보인다. 여기서 '일단'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공은 이제 관객들에게로 넘어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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