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공인인증서 재발급시 대면(對面) 인증을 필수화하려던 금융당국이 금융기관들의 저항에 밀려 주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공인인증서 재발급절차 강화를 위해 금융결제원 및 시중은행 인터넷뱅킹 담당자들을 불러 모임을 가졌으나 결국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최근 보이스피싱(전화사기) 범죄자들이 빼낸 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예금을 빼내가거나 새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공인인증서 재발급시 금융기관 창구에 직접 방문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는 권혁세 금감원장이 보이스피싱을 4대 금융범죄 중 하나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과 무관치 않다. 권 원장은 최근 여러 차례 보이스피싱 해법에 대해 "편의ㆍ효율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금융사고가 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소득도 없이 창구업무만 늘어나게 된 금융기관들은 울상이다. CDㆍATM기 등 자동화기기 설치를 통해 '돈 안 되는' 고객들을 창구 밖으로 내쫓아온 은행들로서는 다시금 고객 서비스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공인인증서 발급 장수는 이미 5년 전에 1000만장을 넘어섰다.


금융기관들은 일회용비밀번호(OTP) 생성기, 휴대폰 전화인증 등 대면인증에 준하는 다양한 비대면 인증방법들을 제안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창구에서 직접 핀(PIN) 번호를 받아 인증케 하거나, 사용자가 인터넷뱅킹 때 사용하는 PC를 일원화하도록 방안도 나왔다. 하지만 금감원 측은 이런 방안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최근 카드론 보안 강화를 위해 휴대폰 인증번호 방식을 채택했지만, 이마저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에게 무력화된 사례가 여럿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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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불편하다며 비대면 방식을 여러 개 제시했으나, 어차피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무력화할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는 보안카드나 OTP나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내주 중 다시 한 번 시중은행을 불러 2차 논의를 갖고 재발급 절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금감원의 '고집'에 은행들의 처리 비용만 늘어난다는 반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이야 괜찮겠지만, 소형ㆍ지방은행들은 구색을 맞추려면 힘들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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