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대국 앞둔 북한 이렇게 움직인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내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둔 북한이 민심잡기는 물론 선전용 건설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대북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만수대지구에 3000세대 규모의 고층아파트 단지와 극장, 공원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난 9월8일 후계자 김정은과 함께 공사현장을 방문해 "우리식의 새로운 거리가 시대적 미감에 맞게 건설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건설을 독려했다.
강성대국을 홍보하기 위해 백화점 등 판매장 전시도 대폭 강화했다. 북한을 다녀온 중국인 사업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장한 보통강백화점은 부유층 대상 수입품 전문매장으로 중국 등에서 수입한 의류, 가구, 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르마니, 샤넬 등 고가 명품도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은 7월10일 평양 제1백화점을 방문해 이 백화점에 물자를 최우선으로 공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납품공장과 무역회사는 물론 군과 특수기관에까지 상품공급 임무가 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평양의 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학생들이 동원된 사진도 공개됐다. 현장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평양을 다녀온 미국인 레이 커닝햄씨는 지난 8~10월 평양시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을 담은 사진 30장을 사진공유 사이트인 '플리커'를 통해 최근 공개했다.
커닝햄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중국어학부'라고 쓴 붉은색 플래카드가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 내걸린 것이다. '1960년대 청년대학생들의 자랑찬 전통을 이어..'라는 문구도 보였다.
김책공업종합대학 깃발을 든 대학생들이 수십 명씩 무리를 지어 거리를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깃발에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응용화학○○대대, 정보과학기술○○대대 등 소속 학과까지 표시돼 있다.
그동안 공사에 동원된 대학생 가운데 200여 명이 각종 사고로 숨졌다는 얘기가 정통한 대북 소식통 등에 의해 전해진 바 있다. 또 부모가 골재를 상납하면 동원을 면제해준다는 얘기도 있었다.
특히 한 공사장에는 '225 지도국 전투장'이라는 글귀도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북한 노동당 225국은 대남 공작부서로 알려졌지만, 공사현장에서 목격된 '225 지도국'이 대남 공작부서를 의미하는지는 정확지 않다. 다만, 북측 당과 내각은 기관별로 공사구간을 할당해 '층수 경쟁'을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사현장 인근 콘크리트벽에는 강성대국 진입 원년인 2012년 숫자와 함께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해 동무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모두 다 우리 시대의 영웅처럼 살며 일하자' 등의 문구를 담은 포스터 또는 벽화가 보였다.
건물 골조는 대부분 10층 이상으로 일부는 24층까지 올라간 것도 있었고 특정 지역에 고층 아파트 4~5개 동이 동시에 신축되기도 했다.
신축공사를 위해 크레인이 설치된 모습이 보였지만 다른 중장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건물 외벽을 벽돌이 아닌 일반 돌로 쌓아올리는 모습도 보여 자재난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 사진에서는 군인들이 아무런 중장비도 없이 해머와 들것 등으로 건물 해체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평양생활을 홍보하기 위한 상품공급과 홍보도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의 여건은 달라진 것이 없다.
평양시민이 주로 20~3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전력과 식수를 비교적 풍부하게 공급받는 데 비해 지방 주민은 20평 이하의 아파트나 다세대 공동주택, 농촌 가옥 등에서 하루 1~4시간 정도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공급마저 여의치 않아 1채에 2~3세대가 같이 사는 '동거세대'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백화점과 국영상점의 상품 진열대는 주로 비어 있고 진열된 상품도 대부분 저급품이라는 평가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2월 평양시 면적을 대폭 축소한 것도 평양 우대와 지방 차별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평양시 강남과 중화, 성원군, 승호구역을 황해북도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평양시는 기존 4군 19구역에서 1군 18구역으로 변경됐다. 면적은 2629㎢에서 1587㎢으로 인구는 326만명에서 293만명 정도로 각각 줄었다.
대북 전문가는 "체제수호 핵심계층인 평양시민을 우대해 체제 결속을 다지고 배급을 통해 시장기능을 억제함으로써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며 "강성대국 진입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선전용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내년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식량을 구하고 있지만 사정은 좋지 않다. 천안함과 연평도사태이후 우리정부의 식량지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해외 대북지원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천안함과 연평도사태에 대한 북한당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1년 넘도록 식량지원을 재개하지 않고 있고 민간차원의 쌀지원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남측이 북한에 쌀을 지원한 것은 지난해 10월 수해지원용으로 5000t을 보낸 것이마지막이다.
이때문에 북한은 해외 대북지원단체에 눈을 돌렸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관계자를 인용, 올해 초 북한 측 담당자가 평소와 달리 식량사정이 어렵다면서 쌀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1990년대 후반부터 17년 동안 매달 20t의 밀가루를 지원해왔는데 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대만에 본부를 둔 한 자선사업기금회도 지난 7월 쌀을 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지난 11일 북한에 쌀 1만3000t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40명을 북한에보냈다. 유럽의 대북지원단체들도 올해 북한측 요청으로 쌀 1000t을 지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해외 대북지원단체들에까지 쌀을 요청하며 쌀 확보에주력하는 것은 강성대국의 해인 내년에 북한의 특정계층에 쌀 배급을 보장해주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정권의 식량배급 우선대상자는 정권유지에 필요한 군대, 경찰, 보위부(정보기관), 당과 행정기관, 지식인, 군수산업 및 일부 우량탄광 종사자, 평양시민 일부로 전체 인구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근년 들어 남한을 비롯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당국의 군부대 전용 개연성 등을 거론하며 식량지원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곡물가격 상승으로 쌀수입도 쉽지 않아 이들 계층에 대한 배급도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내년은 북한이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으로 선전해온강성대국의 해인데 여전히 좋지 않은 식량사정은 사회 주도계층의 반발을 야기할 수있다"며 "북한당국에 식량확보는 매우 절실한 문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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