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정리의 시간
살을 빼듯, 소비에도 다이어트 필요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집에 가서 차 한잔 마시자’ 고 친구들이 얘기할 때마는 답은 늘 같다. “나중에 정리되면. 지금은 내일 이사 갈 집인지, 어제 이사온 집인지 모를 정도야.” 안치우고 사는 것도 아닌데 집은 늘 어수선하다.
옷방 정리를 시작한다. 이상한 건, 시간이 지나 깨끗해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져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몇 년 째 자리만 차지하는 옷 때문이다. 과감히 처분해야지 생각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다. 하나씩 살펴보고 입을까 말까 고민하고 그러다보면 옷방은 더 어지럽혀진다.
남편과 쇼핑 갔던 후배 S가 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겨울 스웨터 몇가지 고른 후 계산대로 향하려는 순간 남편의 한마디 “집에 가서 비슷한 거 찾아줄께. 그래도 없으면 그때 사자”를 듣고 그냥 집으로 왔단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얘기한다. 멋쟁이가 되려거든 옷장 정리부터 하라고. 기본적인 몇 가지로 패션은 완성된다고.
책장 정리도 상황은 똑같다. 책은 옷과 달라 여간해서 버릴 것 없다지만, 정말 별볼일 없다고 판단되는 책은 처분해도 된다. 책 많이 읽기로 유명한 작가 장정일은 헌 책방에 책을 넘기면서 유다(배신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했다. 기자도 종종 유다가 되겠노라 마음먹지만 늘 실패다. ‘이 책은 다시 읽어야겠네’ ‘이건 정말 좋은 책이지’하면서 꽂혀있던 책을 방바닥에 쌓아두고 살펴보다 결국엔 책장에 대충 책을 쌓아두는 것으로 정리를 끝낸다.
책장에 꽂힌 책 가운데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이라는 책을 다시 폈다. 책은 얘기한다. 잡동사니가 공간에 많으면 그것들이 좋은 기운이 오는 것을 방해한다고. 사실 기자는 올 겨울 제대로 된 캐시미어 코트를 한 벌 사겠노라 생각하고 있다. 긴 것, 짧은 것, 패딩 소재 등 이미 코트가 몇 벌 있지만 기본이 되는 검정색 코트가 없기 때문이다.
11월 마지막 주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캠페인이 진행됐다. 이 캠페인은 1992년 캐나다에서 테드 데이브(Ted Dave)라는 광고인이 시작했다. 데이브는 자신이 만든 광고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 없이 무엇인가를 소비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소비행태의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부터 녹색연합이 주축이 되어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2월의 첫날이다. 2012년을 산뜻하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리해야한다. 몸무게 줄이는 다이어트만큼 현명한 소비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법정 스님 말씀이 메아리치는 지금. 버리지는 못할망정 더 사지는 말아야한다. 옷장이든 마음이든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두어야 한다. 계획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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