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 끊기는 전문건설업체, “일해도 죽고 안해도 죽고…”
일감감소·저가하도급에 ‘경영난’… “단가 안맞아 일해도 죽을 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일거리가 40% 이상 줄었죠. 별수 있나요, 손댈 곳이 인건비밖에 없는데…”
“장비 놀리는거 싫어 공사를 따와도 단가가 낮다보니 결국엔 적자에요. 일하면 천천히 죽고, 안하면 빨리 죽고…”
수원에 위치한 전문건설업체 A사는 지난달 계약직 현장직원 절반에게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다행히 통보받은 직원들은 충격이 덜했다. 지난 몇달간 일거리가 없었던데다 대부분이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이날 만료 통보를 받은 차민창(가명·30)씨는 “노는 날이 많아졌다. 회사에 소속돼 정해진 현장만 나가는 것보다 일용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편이 더 낫다”며 “기술만 있으면 굶지 않는다는 말도 여기선 안통한다”고 털어놨다.
24일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9년 1월 3만7895개였던 전국 전문건설업체 수는 2011년 10월말 현재 3만8328개로 2년새 433개 늘었다. 일감 감소와 저가하도급으로 경영난을 겪는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 부도업체 수도 마찬가지다. 2009년 155개였던 전문건설업체 부도수는 2010년 192개로 급증한 뒤 2011년 10월말 현재 109개로 크게 감소했다. 등록말소업체수 역시 ▲2009년 1198개 ▲2010년 932개 ▲2011년 851개로 감소 추세를 기록했고 면허 반납업체도 2009년 2212개에서 2011년 1846개로 되레 줄었다.
이같은 괴리감은 부도·폐업된 전문건설업체 임원들이 인맥을 바탕으로 또다른 전문업체를 설립하는데 원인이 있다. 자본금 2억원, 기술인력 2명 등 등록기준이 까다롭지 않다보니 부도·페업사보다 신규등록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전문건설업체들이)수주한 물량만 놓고 보면 증가세지만 기계설비 및 시설물 유지관리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물량을 제외하면 점점 작아지는 밥그릇에 덤비는 업체만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중·대형 건설사에서 일거리를 공급받는 구조인 탓에 원도급자가 힘들면 하도급 전문건설업체마저 경영난을 겪는 어려움도 있다. 주택시장 불황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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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을 받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원도급자가 최저가로 수주하는 탓에 하도급자도 저가로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단가가 안맞아도 일단 덤비다보면 장비값, 인건비를 다음 사업장에서 끌어쓰는 구조가 된다”며 “결국 돌려막다보면 주저앉을때 크게 망한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드는 등 시장불황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최저가입찰에 대한 부분만 조절해도 건설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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