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발레파킹, 그 불편한 진실
발레파킹 : valet parking. 대리 주차. valet의 원래 뜻은 호텔에서 시중드는 남자.
호텔을 벗어난 발레파킹이 보편화 되기 시작한 것은 8~9년 전. 요즘은 커피 전문점부터 분식집에서도 발레파킹이 진행될 정도로 보편화됐다. 발레파킹 서비스가 없다는 이유로 약속 장소를 바꾸는 일도 허다하다.
발레파킹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불편한 진실과 유쾌하지 않은 현실이 있다.
수퍼카 몰래 몰다 사고친 발레파킹맨
도로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수퍼카를 타는 A.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 날. 평소처럼 발레맨에게 차량 키를 건넸다. 30분쯤 지났을 때, 다급한 표정의 노래방 직원이 노래를 끊었다.
A의 수퍼카를 건네 받은 발레맨 A가 향한 곳은 주차장이 아닌 압구정 한복판.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압구정 한복판에서 차량 조작에 미숙한 발레맨이 유턴을 하다 대형 사고를 낸 것이다.
발레맨은 물론 차량 주인 A에게도 재앙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차량 수리 기간은 거의 한 달. 수리비로는 국산 중형차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 산출됐다.
문제는 보험 적용 범위. 발레맨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에서 가입한 영업 배상 책임 보험의 혜택은 누릴 수 있다. 다시 말해 파손 차량 수리비는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수리비가 워낙 많이 나와 보험 한도액을 초과, 발레맨이 메워야 하는 상황.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간접 손해로 간주되는 렌트 비용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 사고 차량과 동급 수준의 차량을 렌트할 경우 1일 기준 최소로 책정해도 40만원이 넘는다. 이 경우 차량 렌트 비용만도 1천만원이 넘는다는 계산.
“주차하다 사고가 난 경우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발레맨 상황을 헤아리겠지만 이 경우는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내 차는 사고 차로 분류되니까요. ” A는 렌트카를 30일 이용했다.
자동차 보험회사 근무자 P씨는 “발레파킹 서비스와 관련한 특별한 보험 상품은 현재 없다. 직원이 업무에 종사하다 사고 낸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취급업자 보험, 영업 배상 책임 보험이 발레파킹 업체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렌트비용 관련한 규정을 포함한 보험상품은 없다” 라고 상황을 알려주었다.
발레파킹맨으로 산다는 것
발레파킹 전문업체 소속 직원 H. 최근 근무지는 한남동의 한 레스토랑. "차량 안전과 친절한 고객 응대’에 관한 기본 교육을 회사로부터 들었습니다. 사고시 보험 처리 혜택도 있지만 현실적이지 못하죠. 게다가 이용 차량 대부분이 수입차라 사고 날까봐 늘 조마조마한 상태입니다."
발레파킹맨의 수칙
1. 사이드 미러, 등받이 각도 등 입고된 차량 세팅에 손대지 않는다. 의자 간격을 조정했다가 심한 컴플레인을 받을 수도 있다.
2. 주차 전 스크래치 상태를 미리 확인한다. 출자 후 스크래치가 생겼다며 보상을 제기하는 고객과의 마찰을 줄이려면 필수. 발레맨이 100% 결백한 상황인데 고객이 고집부려 주차장 내 CCTV 분석까지 하는 일도 있다.
3. 조작법을 몰라 진땀 흘리지 일도 않으려면 신차 정보 업데이트도 부지런히 해야한다.
발레파킹 맡겼다가 나 이런 일 당했다
1. 지난 겨울. 저녁 모임을 마치고 차를 찾았다. 차량에선 담배 냄새가 진동했고, 라디오 채널도 달라졌다. 분명, 음식점 오기 전 가득 주유했는데 한 칸이나 기름이 줄어있다. 발레맨들이 차량에서 히터 빵빵 틀어놓고 음악 감상했던 것이 분명하다.
2. 발레맨이 무얼 먹었는지 확인했다. 빵 봉지와 우유팩이 옆좌석에 놓여있었다.
3. 술 마신 그날 저녁. 결국 대리 운전을 예약했다.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트렁크에 있던 골프채가 사라진 걸 확인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없어졌을까?
4. 30만원 상당 명품 브랜드 자동차 열쇠고리. 집에 도착 후 그것이 없어진 걸 깨달았다.
5. 지방 출장. 호텔 투숙 시에 발레파킹 서비스를 이용한 C. 다음날 사무실로 복귀 후 세차 맡기려고 뒷좌석에 던져둔 서류를 정리하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기서 발견된 것은 콘돔!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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