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윗물'이 흐리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금융공공기관이 여러차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한 사례들을 모아보니 금융공공기관들은 정책자금을 대출해 주는 '갑(甲)'적 지위를 남용해 관계사에 부담을 지우거나 퇴직자들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한 선임심사역이 지난해 12월 한 중소기업의 태국 현지법인을 방문조사하면서 기업 측에 비용을 전가한 사례가 밝혀지며 물의를 빚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이 심사역은 수은 내규 상 항공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함에도 불구, 비즈니석을 이용해 기업 측에 127만원을 과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수출입은행은 지난 3년간 중소기업들에게 18억8000만원의 부담을 지웠지만, 정작 자신들은 같은 기간 중에 4분의 1 수준인 4억3000만원을 부담하는 데 그쳤다.
산업은행은 고위 퇴직자들이 대거 관련회사에 재취업해 물의를 빚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산업은행의 부장금 이상 퇴직 임직원 38명이 관계사에 재취업했으며, 이중 28명(74%)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감사·부사장·임원 등으로 재취업했다. 나머지 10명도 산업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주선하거나 대출해 준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의원들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 5년간 57억6000만원의 상품권을 구매해 직원들에게 1인당 최고 200만원씩 과도지급했으며, 산업은행은 부행장급 임원들을 위해 1좌에 36억원이나 하는 명품 골프회원권을 사들이는 한편 5명당 1명꼴로 중장기 해외연수를 보내 예산을 낭비했다. 임직원들을 위해 256가구의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 무상 대여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특별한 공적 없는 30년 장기근속직원 모두에게 금 10돈(230만원어치)을 포상금으로 지급했고, 국내외 대학원 등에 다니고 있는 직원에게도 연차휴가를 부여했다.
사회공헌 실적을 부풀려 보고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세부내역 중 상업적 목적을 가진 문화행사 후원이 지나치게 높아 '부풀리기' 의혹을 받았으며,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율이 0.05%에 불과해 타 금융공공기관들보다 낮았다. 특히 은행이나 보험, 여신업권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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