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 오는 25일부터 국내에서 발행된 김치본드에 대해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투자를 제한키로 했다. 단 25일 이전까지 투자한 김치본드에 대해서는 만기까지 보유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외환당국이 김치본드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고 나선 데는, 형식적으로는 공모 외화채권인 김치본드가 사실상 외화대출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외화대출 용도제한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을 제외한 원화용도 외화대출을 금지시킨 바 있다.
한은이 이달 초부터 공동검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에서 외화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은 발행자금의 70% 내외를 원화로 전환하여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단기외화 차입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 김한수 한은 국제총괄팀장은 "은행들이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단기자금을 가져오기 때문에, 단기외채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발행형식은 공모이지만 발행 물량을 대부분 한 개의 은행이 모두 인수하는 식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사모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단기외채 증가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정부의 규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번 규제는 김치본드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만을 금지할 뿐 발행은 허용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발행이 뚝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역시 "(규제안이 발행에)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규제가 채권시장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당국의 규제안이 나온 이후 외화채권 발행이 크게 줄었다"며 "이미 2분기부터 (채권발행이) 억제됐기 때문에 추가 규제가 나왔다고 해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당국이 지난 4월말 김치본드 규제를 발표하자 4월 중 2조원에 육박했던 외화표시채권 신규발행 규모는 5월 5300억원, 6월 1300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하기도 했다. 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발행주체인 국내 기업들이 몸을 사렸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경우 자금조달 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 규제 이후 여러 기업들이 원화채권 발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종에서는 문제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다. 김남현 유진선물 애널리스트는 "특히 정유업체는 과거 외환위기시 문제가 많았던 유산스(기한부 환어음·Usanse)로 다시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모집원으로 이제 갓 태생한 김치본드를 규제할 경우 더 큰 문제를 잉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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